오늘은 무슨 책 읽어줄 거냐고? 까를로 꼴로디 할아버지의 <삐노끼오의 모험>. 꽤 긴 이야기니까 일주일 정도 나눠서 읽어줄 거야. 피노키오 이야기는 다 아니까 다른 책 읽어달라고? 하지만 이 책은 너희들이 아는 피노키오완 좀 다른 내용인데. 너희들이 본 건 디즈니 만화영화하고 애니메이션에 실린 피노키오 이야기잖아. 이 책 봐. 두 권이잖아. 이 긴 내용을 만화영화로 만들려면 얼마나 길겠니? 그래서 디즈니에서 만화영화로 만들 때 큰 줄기만 따오고 내용을 많이 생략해야 했어. 만화영화에 맞게 내용도 좀 바꾸고. 애니메이션에 실린 피노키오 이야기도 비슷해. 그래서 피노키오 이야기를 다 안다고는 하지만, 너희들이 아는 피노키오는 까를로 꼴로디 할아버지가 쓴 <삐노끼오의 모험>과는 많이 달라. 엄마가 왜 이 책을 읽어주려고 하는지 알겠지? 이 책은 작가 할아버지가 쓴 책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 놓은 거야. 엄마가 먼저 읽어봤는데, 엄마도 깜짝 놀랐어. 엄마가 알고 있는 피노키오와 많이 달라서 말야. 뭐가 다르냐고? 그건 들어보면 알지.참, 읽기 전에 하나 알려줄 게 있어. 피노키오 이야기가 쓰여진 게 언젠지 아니? 1881년부터 1883년에 쓰여진 거래. 1880년대라면 지금부터 120년 전이지? 그때 이탈리아의 [어린이신문]에 연재된 이야기래. 처음엔 이렇게 긴 이야기로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이만큼 길게 쓰게 됐대. 모두 36개의 이야기인데, 말하는 나무토막이 인형이 돼서 진짜 남자아이로 되는 데서 이야기가 끝나는 건 너희들이 알고 있는 것과 똑같아. 디즈니에서처럼 요정이 내려와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 아니다.엄마는 이 책 먼저 읽으면서 우리 딸들 생각을 조금 이해하게 됐어. 엄마가 너무 너희들을 엄마 틀에 가두려고 했던 건 아닐까 반성도 했고. 누군가 말한 것처럼 피노키오가 나타내는 '꼭두각시'가 부모들이 아이들을 틀에 가둬 키우는 모습을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욕심엔 너희들도 이 책 다 읽고 나서 엄마 생각이 그렇구나 조금만 이해하게 되었음 좋겠다. 파란 머리 요정과 제뻬또 아저씨를 보면서 말야. 응? 왜 삐노끼오라고 했냐고? 그건 이 책을 번역한 분이 이탈리아 발음에 가깝게 하느라 그랬대. 이탈리아 발음에 가깝게 번역한 건 좋은데, 그냥 피노키오라고 하는 것도 괜찮았을 텐데. 그럼 읽는다. '목수인 버찌 할아버지가 어떻게 해서 어린아이처럼 웃고 우는 나무토막을 발견하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