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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 실천문학사 / 1998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젠가 김용택 시인이 목놓아 꺼이꺼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음 분교의 부임기간을 채우고 다른 학교로 전근가기 전 마을에서 열어준 송별회에서 꺼이꺼이 울었다는 김용택 시인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참 짠했다. 요즘 어느 선생님이 아이들과 헤어짐을 슬퍼해 목놓아 꺼이꺼이 울거며, 마암분교 마을 사람들마냥 선생님이 전근간다고 송별회를 열어줄 마을은 또 어디 있을까. 대부분 전근가고 전근오나보다 하고 마는 것을.
그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 한번은 꼭 읽어보리라 벼르던 김용택 시인의 동시집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콩, 너는 죽었다>. 군데 군데 마암분교 아이들의 그림이 인쇄되어 있는 <콩, 너는 죽었다>를 읽으면서 왜 그가 송별회에서 꺼이꺼이 울었는지, 마을 사람들이 기꺼이 송별회를 열어주었는지 조금 알 수 있었다. 바로 그가 마암분교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우리 집, 할머니, 자연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콩, 너는 죽었다>는 우리네 시골 생활살이를 잘 보여준고 있다. 도시와 별반 다를 것 없는데도 왠지 소박한 정이 느껴지는 학교 생활, 땅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들,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글들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줄어드는 아이들, 힘든 밭일 등 고달픈 시골살이의 단면들이 깔려 있는 시들을 통해 시골살이를 무작정 향수의 대상을 만들지도 않았다.
마암분교 아이들의 시선이 되어 엮어낸 이 시집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참 많이 웃었다. 이름이 '여름'인 아이를 소재로 쓴 '우리 반 여름이'나 쥐구멍에 흘러 들어간 콩을 보고 내뱉는 '콩, 너는 죽었다'처럼 기발한 시들이 절로 웃게 만들었다. 이젠 마암분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서 둥지를 틀었을 김용택 시인이 그 학교 아이들과 엮어갈 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