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따로 행복하게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5
배빗 콜 지음 / 보림 / 1999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배벳 콜의 <따로 따로 행복하게>는 이혼을 주제로 다룬 그림책이다. 이혼을 다룬 그림책에 대한 부모들의 당혹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이혼율이 점점 늘어나는 우리나라나 이미 이혼이 생활상의 한 형태로 자리잡은 외국의 경우를 볼 때 이혼을 다룬 그림책의 등장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배빗 콜의 그림책은 이혼의 주체가 부모가 아닌 아이들이라는 점에 더 주목받게 되었을 것이다.

폴라와 드미트리어스 남매는 밝고 사랑스런 아이들이지만 부모 문제로 속상해 한다. 늘 부부싸움을 벌이는 부모 때문에. 많은 경우 부모의 불화가 생길 때 아이들은 자기에게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내가 잘못해서 엄마, 아빠가 싸운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폴라와 드리트리어스 남매 역시 그런 걱정을 한다. 그래서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학교 친구들을 불러모아 의견을 듣는데, 아이들의 결론은 부모의 불화가 결코 아이들 잘못이 아니라는 것. 폴라 남매는 이것이 좋은 결론이라며 목사님을 찾는다. 함께 사는 게 아무 의미가 없는 부모들을 위해 '끝혼식'을 올려주기로 한 것이다. 부모가 따로 끝혼식 기념 여행을 떠난 뒤 아이들은 집을 허물고 두 채의 집을 짓는다. 그 후로 부모와 남매는 따로 따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배빗 콜이 이런 그림책을 만들게 된 이유는 이혼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부모의 불화가 결코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부모가 헤어져 살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부모와 아이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양부와 양모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좀더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주제의 그림책을 그리게 되지 않았을까. 이혼이 보편적인 삶의 행태가 되어버린 서구 사회라 할지라도 부모의 불화와 이혼은 아이들에겐 치명적인 상처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림책으로서는 다소 무거운 주제인 이혼을 다루고 있지만 배빗 콜은 밝고 익살스러운 그림을 통해서 아이들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혼을 다룬, 그것도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을 주도하는 내용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을 부모들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나름대로 심각한 주제들도 유연성있게 받아들이는 법이다. 더구나 이 책의 주제는 이혼 자체가 아니라 이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긍정적 인식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림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귀족적인 취미의 어머니와 평민적인 성향의 아버지가 꾸려나가는 삶의 모습들이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취학 전후의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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