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서 덩달아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빨간 옷을 입은 산타 할아버지들이 그들이다. 일년 중 12월 한달이 가장 바쁜 그들은 그림책 속에서, 크리스마스 카드 속에서, 영화나 TV 화면 속에서 푸근한 미소를 띠고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마저 덩달한 푸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조금씩은 다르지만 그래도 비슷한 이미지의 산타 할아버지들 중에서 유독 튀는 산타가 한 명 있다. 레이먼드 브릭스가 그린 <산타 할아버지>의 주인공. 레이먼드 브릭스의 산타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산타 할아버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선물을 나눠준 뒤 특유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남기며 사라지는 여타의 산타 할아버지들과는 달리 그는 크리스마스를 엄청 지겨워한다. 지독한 눈과 비, 지겨운 굴뚝, 지겨운 검뎅을 뚫고 툴툴거리며 선물을 나눠주고 돌아온 그의 얼굴엔 추위와 힘든 일정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에겐 크리스마스가 일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마스와 산타 할아버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레이먼드 브릭스의 <산타 할아버지>는 생각보다 우리 아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책이다. 칸으로 나뉘어져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구성과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산타 할아버지의 투정 등이 색다른 느낌을 준 듯하다.이제 3주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이번 크리스마스엔 다소 특이한 산타 할아버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