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아이린 웅진 세계그림책 22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지고 고정적인 독자들을 보하고 있는 외국의 그림책 작가 중 윌리엄 스타이그가 있다. 환갑의 나이에 그림책 작가로 데뷔한 다소 특이한 경력의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아모스와 보리스>, <멋진 뼈다귀>, <부루퉁한 스핑키> 등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다양한 내용의 그림책을 발표하였지만 대체적으로 윌리엄 스타이그의 작품 속에 흐르는 기본적인 정서는 역경을 이겨내는 가족간의 유대와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멋진 뼈다귀>,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등은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가족의 사랑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웅진닷컴에서 새롭게 출판된 <용감한 아이린> 역시 가족간의 유대와 사랑을 바탕 삼아 시련을 이겨내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윌리엄 스타이그 표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귀부인들의 드레스를 만들어주는 아이린의 엄마 바빈부인은 공작부인이 오늘밤 무도회에서 입을 드레스를 다 만들어 놓고도 몸이 아파 가져다주지를 못해 걱정을 한다. 걱정만 하는 엄마를 위해 아이린이 대신 나선다. 드레스를 상자 속에 잘 집어넣고 옷을 단단히 챙겨 입은 뒤 공작부인의 집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선 아이린에게 시련이 닥친다. 눈이 내리고 거센 바람이 부는 등 바깥 날씨는 어린 아이린이 옷 상자를 들고 걸어가기엔 결코 만만치 않다. 거센 바람에 옷 상자가 날려가 버리는가 싶더니 이내 상자 속의 옷이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엄마의 심부름을 다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아이린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공작부인에게 가서 텅빈 옷상자라도 보여드리고 사정을 말씀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점점 어두워지는 길에서 발을 삐기도 하면서 꿋꿋이 공작부인의 집으로 걸어간 아이린에게 행운이 다가온다. 바람에 날려간 드레스가 공작부인의 집 앞 나무에 걸려 있었던 것. 아이린은 드레스를 다시 옷상자에 잘 갈무리하여 공작부인에게 건네준다.

험난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심부름을 훌륭하게 완수한 아이린에게 칭찬과 선물이 주어지는 건 물론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목해야 될 것은 아이린이 받는 칭찬이나 선물이 아니라 아이린의 굳센 의지이다. 바깥 날씨가 험난함에도 불구하고 아픈 엄마를 대신해 공작부인의 집으로 향한다든지, 도중에 옷을 잃어버렸음에도 공작부인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책임있는 행동이라 여기는 아이린의 굳고 반듯한 의지. 윌리엄 스타이그는 아이린을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아이린이 눈보라를 헤쳐가는 것처럼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만나겠지만 그 과정을 굳세게 이겨낸다면 아이린이 받았던 것처럼 그런 칭찬과 선물-책임감, 용기, 굳센 의지 같은 것을 받을 수 있다고. 그리고 함께 읽는 우리 부모에게는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지 않았을까. 아이린이 엄마를 생각하면서 그 고난을 이겨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험난한 파고를 넘을 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부모와 가족간의 사랑과 유대라고. 권장 나이는 3-7세이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읽어도 상관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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