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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퐁텐우화집 -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이야기
라 퐁텐느 글, 크리스토르 블랭 외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우화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일깨워주거나 권력자들을 풍자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사용된다. 때문에 고금,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화는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이솝우화와 라퐁텐 우화일 것이다.
이솝우화는 기원전 6세기 경 사모스 사람 이아도몬의 노예로 알려진 이솝이 사람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이다. 뛰어난 지혜와 견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솝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는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고, 특히 이솝우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가 라퐁텐이라고 한다. 예지와 교묘한 화술을 바탕으로 폭력을 제압한 이솝에 대한 공감과 우화가 지닌 가능성을 발견한 라퐁텐은 독창적인 수법으로 우화를 만들어냈는데, <우화시집>이라는 작품집 속에 담긴 240여 편의 우화시를 남겨 놓았다.
라퐁텐이 남겨 놓은 240여 편의 우화시 중에서 아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30편의 우화를 뽑아 만들어낸 그림책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이야기란 부제를 단 <라퐁텐 우화집>이다. 이솝우화나 라퐁텐 우화라는 이름을 달고 출판된 그림책들도 많을 뿐 아니라 30편의 우화 대부분이 그림책이나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볼 수 없는 이 책이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우화 한 편마다 독특하게 그려진 삽화들 때문이다.
프랑스의 유명 화가 30명이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 <라퐁텐 우화집>의 그림은 표지부터 특이한 느낌을 준다. 표지엔 책이 가득 꽂혀 있는 책장과 독특한 표정을 한 장식물들, 토끼와 여우와 함께 책상에 앉아 펜을 들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라퐁텐이 그려져 있다. 책장에 꽂혀 있는 두꺼운 장정의 책들을 펼치면 어떤 내용이 펼쳐질 것인지, 마치 디즈니의 만화에 나오는 인형들처럼 독특한 표정을 한 장식물들이 간직한 사연은 어떤 것인지, 토끼가 책상에 걸터앉아 보고 있는 책 속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깃털이 달린 고풍스런 펜을 들고 라 퐁텐 아저씨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표지에서부터 어린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들어 책장을 얼른 넘기고 싶은 기분이 들게끔 한다고 할까.
그림 30편의 느낌도 특이하다. 정통적인 기법으로 그려진 것도 있고 한 편의 만화처럼 그려졌거나 마치 다빈치의 스케치를 보는 듯 그려진 그림도 있다. 판화로 새겨진 그림도 있고 한 편의 추상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의 그림도 있다. 지금까지 형성한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가 표현된 30편의 그림들은 아이들에게 글을 읽는 재미에 결코 뒤지지 않는 그림을 보는 재미를 가르쳐 준다.
글보다 그림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그림책들이 어디 이 책 한 권 만이겠는가만 대개의 경우 연속성을 지니고 있는 그림책들에 비해 이 책은 이야기 하나에 그림 하나로 구성되어 있어, 독특한 30편의 이야기와 그림을 한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드문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책의 말미에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자화상과 간단한 프로필이 소개되어 있다. 삽화로 그려진 그림을 본 뒤 아이들과 함께 자화상을 보고 화가를 찾아보면 꽤 재미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