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과 약혼한 마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21
장 미셸 살망 지음, 은위영 옮김 / 시공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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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이야기를 다룬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가 출판된 이후 마법사에 대한 이미지는 예전에 비해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법사나 마녀의 이미지는 부정적일 경우가 많았다. 빗자루를 타고 다니면서 저주를 일삼고 주문을 외우고... 낭만주의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의미지는 사실 '마녀사냥'을 통해 급조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15세기 유럽을 강타했던 마녀사냥. 그 누구도 종교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한번 마법사나 마녀로 지목된 사람들은 끔찍한 고문 끝에 화형장의 불길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기에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마녀사냥은 사실 당시 유럽의 종교적, 사회적인 이유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책 <사탄과 약혼한 마녀>에 의하면 마녀사냥이 극성을 떨게 된 가장 중요한 배경은 종교개혁이었다. 신교도들과 이교도들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구교 지역에서 특히 마녀사냥이 극심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은 당시 창궐했던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 가축들의 돌림병, 몇년째 계속된 흉년과 같은 자연재해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한 방편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염병과 빈곤에는 불가사의한 이유가 분명히 있게 마련'이고 이를 유대인과 같은 이교도, 또는 마법사와 마녀의 농간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이 인쇄술의 발달이다. 예전부터 신화나 전설 형식으로 내려오던 악마 신화들을 체계화한 악마론 초기 이론이 등장한 것은 1480년 경. 특히 인노켄티우스 8세의 칙서와 두 명의 종교재판관에 의해 쓰여진 <마녀의 망치>라는 책은 인쇄술의 발달을 타고 급속도로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마녀사냥에 불을 지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런 이유들에서 비롯된 마녀사냥은 중세 유럽을 경직된 사회로 만들어갔다.

이 책은 마녀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마녀사냥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었으며, 마녀를 구분하고 심판하기 위해 사용된 장치들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마녀사냥의 대상은 정말 마법이었는지, 그리고 마녀사냥의 끝은 어떠했는지를 여러 가지 그림들과 기록들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여성이어서 중세 시대 여성의 지위가 어떠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마녀사냥'의 전말이 어떠했는지 이 책과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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