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위니 비룡소의 그림동화 18
코키 폴 브릭스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김중철 옮김 / 비룡소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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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보면 마녀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다지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다. 유럽의 전설과 민담을 채록하여 정리한 그림형제나 샤를 페로의 동화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듯이 대개의 경우 마녀들은 아이들을 잡아 먹고 독약을 만들고 저주를 걸어 사람을 동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마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한때 유럽 사회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마녀사냥의 영향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종교적인 이유와 사회적인 현상이 맞물려 일어났던 마녀사냥 기간동안 심어진 '마녀'에 대한 고정관념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쉽사리 변하지 않았다.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긴 했지만 대개의 경우 환영받는 존재도 아니었고.

그런 면에서 마녀 위니는 독특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마녀들의 묘사에서 흔히 보이는 매부리코에 음험해 보이는 얼굴 생김새를 지닌 것도 아니고 심술궂은 마술을 펼치는 것도 아니다. 가느다랗게 묘사된 머리카락을 엉성하게 묶은 차림새라든지 얇은 입술을 깨물은 모습, 요술을 부릴 때 보이는 과장된 행동 등은 위니가 어딘가 엉뚱한 데가 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한다.

마녀 위니의 엉뚱함은 그녀가 벌이는 마술에서 잘 드러난다. <마녀 위니>에서는 모든 것이 까만 성 안에서 고양이 윌버마저 까만 색깔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헤프닝을 그리고 있다. 윌버 때문에 넘어지기도 하고 밟기도 하는 일이 많아지자 위니는 윌버의 색깔을 바꾸어 버린다. 이리 저리 색깔을 바꾸다 마침내 무지개 색깔로 변해버린 윌버는 너무 슬퍼 나무 꼭대기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윌버의 슬픈 모습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달은 위니는 윌버를 까만 고양이로 되돌려 놓고 집과 그 속의 모든 것들을 다른 색깔로 만들어 버린다.

굳이 교훈적인 내용을 따진다면 마술을 통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바꿀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이런 내용보다 더 주목할 것이 마녀 위니의 그림 세계이다. 검은 색을 주조로 사용했음에도 화려하기 그지 없는 색채, 세세한 것들까지 신경써서 묘사한 집안 풍경, 다양하게 변하는 마녀 위니와 고양이 윌버의 표정... 익살스럽게 표현된 위니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유쾌한 상상에 젖어들 수 있을 것이다. 마녀 위니가 또 어떤 마술을 부릴까... <마녀 위니>를 읽은 아이들은 자연스레 <마녀 위니의 겨울>을 찾게 되고 그림책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우리집 아이들 역시 '재미있다'를 연발하면서 두 권의 그림책을 읽었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책들도 권할 필요가 있지만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들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취학 전후의 아이들이 즐겨 볼 만한 그림책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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