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맛보기 위한 필수품.

 

요네하라 마리, <마녀의 한 다스>, 마음산책 2007,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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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로부터 공짜로 이익을 얻기 위해, 상대가 대가 이상의 것을 받았다고 착각하게 하여, 덕 봤다고 생각하게 하는 주문의 일종. 단, 주문을 외는 당사자 쪽에서 착각하여 자기 쪽에서 손해봤다고 여길 때가 많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 등 일부러 토를 다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본래는 대가가 있는 거라고 여겨지고 있다.

요네하라 마리, <마녀의 한 다스>, 마음산책 2007,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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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열림원 2005

거북 속의 내 거북이

 거북이가 사라졌어 거북이가 사라져서 나는 내 거북이를 찾아나섰지 거북아 내 거북아 그러니까 구지가도 안 불렀는데 거북들이 졸라 빠르게 기어오고 있어 졸라 빠르게 기는 건 내 거북이 아냐 필시 저것들은 거북 껍질을 뒤집어쓴 토끼 일당일걸? 에고, 거북아 내 거북아 그러니까 내가 거북곱창 테일블에 앉아 질겅질겅 소창자를 씹고 있어 씹거나뱉거나말거나 토끼들아, 너희들 내 거북이 본 적 있니? 거북이는 바닷속에 거북이는 어항 속에 아이 참, 창자 뱃속에 든 것처럼 빤한 얘기라면 토끼들아, 차라리 하품이나 씹지 그러니 거북아 내 거북아 그러니까 거북하니? 속도 모르고 토끼들은 활명수를 내미는데 내 거북은 정화조 속 비벼진 날개의 구더기요정 날마다 여치를 뜯어먹고 입술이 푸릇푸릇한 내 거북은 전적으로 앵무새만의 킬러 내 거북은 바지를 먹어버린 엉덩이의 말랑말랑한 괄약근 내 거북은 질주! 질주밖에 모르는 저 미친 마알......오오, 예수의 잠자리에 사지가 찢긴 채 매달린 저 미친 말을 내 거북은 미친 듯이 사랑했다지 난생처음 사랑이라고 발음하면서 내 거북은 얼마나 울었을까 그러니 이제 그만 뚝!하고 머리를 내밀어라 거북아 내 거북아 그러니까 왜 이래 하면서 텔레비전에서 거북이 세 마리가 노래하고 있어 저렇게 노래 잘 하는 건 내 거북이 아냐 내 거북은 염산을 타 마시고 목구멍이 타버려서 점자처럼 안 들이는 노래를 부르지 내가 너를 네가 나를 껴안고 뒹글어야 온몸에 새겨지는 바로 그 쓰라린 노래 자자, 이래도 안 나오면 네 머리를 구워먹을 테야 내 거북아 그러니까 삐친 자지처럼 내 거북이 머리를 쭉 내밀고 있어 선인장을 껴안고 선인장 가시에 눈 찔린 채 너 지금 뭐 하고 있니 언제나 선인장이 있어 선인장에게 죄를 묻고 마는 내 거북아, 불가사리처럼 내 안에 포복해 있는 붉은 네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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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열림원 2005

거북 속의 내 거북이

 거북이가 사라졌어 거북이가 사라져서 나는 내 거북이를 찾아나섰지 거북아 내 거북아 그러니까 구지가도 안 불렀는데 거북들이 졸라 빠르게 기어오고 있어 졸라 빠르게 기는 건 내 거북이 아냐 필시 저것들은 거북 껍질을 뒤집어쓴 토끼 일당일걸? 에고, 거북아 내 거북아 그러니까 내가 거북곱창 테일블에 앉아 질겅질겅 소창자를 씹고 있어 씹거나뱉거나말거나 토끼들아, 너희들 내 거북이 본 적 있니? 거북이는 바닷속에 거북이는 어항 속에 아이 참, 창자 뱃속에 든 것처럼 빤한 얘기라면 토끼들아, 차라리 하품이나 씹지 그러니 거북아 내 거북아 그러니까 거북하니? 속도 모르고 토끼들은 활명수를 내미는데 내 거북은 정화조 속 비벼진 날개의 구더기요정 날마다 여치를 뜯어먹고 입술이 푸릇푸릇한 내 거북은 전적으로 앵무새만의 킬러 내 거북은 바지를 먹어버린 엉덩이의 말랑말랑한 괄약근 내 거북은 질주! 질주밖에 모르는 저 미친 마알......오오, 예수의 잠자리에 사지가 찢긴 채 매달린 저 미친 말을 내 거북은 미친 듯이 사랑했다지 난생처음 사랑이라고 발음하면서 내 거북은 얼마나 울었을까 그러니 이제 그만 뚝!하고 머리를 내밀어라 거북아 내 거북아 그러니까 왜 이래 하면서 텔레비전에서 거북이 세 마리가 노래하고 있어 저렇게 노래 잘 하는 건 내 거북이 아냐 내 거북은 염산을 타 마시고 목구멍이 타버려서 점자처럼 안 들이는 노래를 부르지 내가 너를 네가 나를 껴안고 뒹글어야 온몸에 새겨지는 바로 그 쓰라린 노래 자자, 이래도 안 나오면 네 머리를 구워먹을 테야 내 거북아 그러니까 삐친 자지처럼 내 거북이 머리를 쭉 내밀고 있어 선인장을 껴안고 선인장 가시에 눈 찔린 채 너 지금 뭐 하고 있니 언제나 선인장이 있어 선인장에게 죄를 묻고 마는 내 거북아, 불가사리처럼 내 안에 포복해 있는 붉은 네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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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0-351

그러는 동안 박하와 난초, 그리고 먹 냄새가 어우러진 친숙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향기는 있는 듯 없는 듯 골동품 시장 골목을 희미하게 떠돌았다. 나는 그것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오래된 시전지에서 풍겨오는 것이 아님을, 박복한 운명을 지닌 파란 많은 여인의 몸에서 풍겨오는 것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내 옛 제왕 생애의 마지막 기억으로부터 풍겨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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