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의 길>

고창환

 

거기에선 아주 느리게 걷자

모래 바람 비껴갈 때 꿈벅거리는 눈

감았다 뜨면 보이리

사는 것이 이렇게 흠집투성이구나

 

먼 하늘 별들이 돋으면

오래 멈춰 서서 생각 깊게 바라보자

 

너덜거리는 시간이

긴 그림자를 끌며 지나도

가뭇없이 멀어지는 것들을 꿈꾸지 말자

 

사는 것이 모래 벌판에

길을 다지는 일이지

보이는 것이 모두 마음의 굴절이었구나

 

함부로 흘러나간 삶을

거짓처럼 사라진

물길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자

 

거기에선 아주 느리게 걷자

마른 나무 그늘 목을 축일 때면

짓물러진 발자국이라도 가만히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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