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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잠든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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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순환도로를 달려가는 차량 소음이 새소리를 대신하고, 매일 키가 자라는 동네 가로등 불빛이 한결 밝아지면, 불쌍한 것은 길가의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들이다. 밤새도록 가로등과 자동차 전조등과 아파트촌으 불빛에 시달리면서 매일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이 가로수들은 어둠마저 빼앗겨버렸기 때문이다.
<오복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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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는 키 작은 향나무 몇 그루와 저수 탱크와 붉은 벽돌집이 있다. 문패 없는 이 옥상옥에서 빌디으이 주인이 산다.
그 위로는 하늘이다.
이 하늘이 아까워 건물주는 매일 밤 고층 아파투를 짓는 꿈을 꾸는 것이다.
<처음 만나던 때>
조금만 가까워져도 우리는
서로 말을 놓자고 합니다
멈칫거릴 사이도 없이
-너는 그 점이 틀렸단 말이야
-야 돈 좀 꿔다우
-개새끼 뒈지고 싶어
말이 거칠어질수록 우리는
친밀하게 느끼고 마침내
멱살을 잡고
싸우고
죽이기도 합니다
처음 만나 악수를 하고
경어로 인사를 나누던 때를
기억하십니까
앞으로만 달려가면서
뒤돌아볼 줄 모른다면
구태여 인간일 필요가 없습니다
먹이를 향하여 시속 140km로 내닫는
표범이 훨씬 더 빠릅니다
서먹서먹하게 다가가
경어로 말을 걸었던 때로
처음 만나던 때로 우리는 가끔씩 되돌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