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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의 칼 ㅣ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6
채경석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중앙아시아 드넓은 평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너무 답답하게만 느껴진 한국문학의 8폭 병풍같은 배경을 헤아릴 수 없이 시원하게 넓혔다. 그런 의미에서 칭찬을 하고 싶다.
그러나 저자의 첫 소설인지라 아쉬운 점도 너무 많다. 문학이란 그런가 보다. 머리로만 쓰자면 현학적이 되고(저자의 구구절절한 역사적 상식 나열이 소설의 흥취를 끊어놓곤 한다) 가슴으로만 쓰고나면 텅비게 되고.
억지 설정이 눈에 거슬렸다. 당이 망한지 언제인데 뜬금없이 고구려 유민이 나오고, 고선지 들먹이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거리만큼이나 먼 중앙아시아와 한반도 사이의 가드다란 끈을 이어보자는 작가의 의도는 이해되지만, 참 어설픈 민족주의 같다.
마르코 폴로의 아버지로 나오는 두용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캐릭터다. 도교의 도사출신인으로 설정되었는데, 주인공 보테킨을 도우게 된 내력도 이해가 안 가고, 소설중에 여성 회음부에 어쩌구저쩌구하는 대목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마치 문화일보 강안남자격이다.
주인공 보테킨의 성장소설로 성격을 정교하게 겨냥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너무 아쉽다. 한 고비 고비를 넘겨 진정한 남자로 거듭나면서 초원과 그 공간에서 어루러져 사는 민족과 사람들의 의미를 깨닫고, 세상을 헤칠 지혜를 얻어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정하여 나갔으면 말이다. 반지의 제왕같은 서사구조처럼 말이다.
그러나 작가에게 무한한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조그만 울타리에 갇힌 한국문학을 드넓히고 웅비시킬 수 있는 재질을 가진 작가이다. 칼은 양날이어야 하지만, 베어낼 때는 한날인 것을 작가가 새겼으면 한다. 문학은 문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