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마허"란 이름만 눈에 들어와 이런 책도 그가 썼구나, 했지만 바로 이름 옆에 "외"란 걸 발견했다. 가난과 소박함에 대한 아포리즘들, 즉 단상을 엮은 책이다. 그러나 참 잘 엮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엮은이의 부단한 독서과 연구, 명상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참 좋은 책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많다. 낯선 이름이 많은데, 독자 서비스 차원은 아니더라도 편집부의 부지런함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최소한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 중 주요 인물에 대한 정보라도 있었을 것인데... 그리고 원서에는 인용구에 대한 출전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좀더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더 찾아서 볼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개정판은 보지 못했는데, 보완이 되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인용자 가운데 하즈라트 이나야트 칸 같은 이는 좀더 찾아보니 대단한 사람이었다. 수피즘의 성자이자 인도 음악의 대가였고, 그의 잠언은 널리 인용되고 있었다. 그런 정보라도 알게되었으니 이 책에 대한 만족은 되었으리라 자족한다. 자발적 가난과 소박을 외치는 책에 무얼 더 내가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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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빈곤과 가난을 혼동한다. 이러한 실수는 빈곤과 가난이 서로 이웃이라는 사실에서 연유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웃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땅에 자리 잡고 있다. 경계선 안쪽의 모든 것은 비참으로 가득 차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비참과 벗어날 길 없는 빈곤에서 오는 비참. 이러한 경계 너머에 있는 첫 번째 지대가 가난이다. 그 다음부터는 부유한 지대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그렇다 하더라도 빈곤과 가난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존재한다. 또 가난한 사람과 빈곤한 사람은 현상적인 차이가 아니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_샤를 페기  

 세상에는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과 가난한 자로 불리는 그럴듯한 가짜가 있다. 한쪽은 영혼이 가난한 자. 즉 내적으로 가난한 사람이며 다른 한쪽은 말 그대로 물질적으로 가난한 자, 즉 외적으로 물질로부터 소외된 사람이다.     _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예술적 기교를 가지고 다루기만 한다면 악기는 예술성을 지닌 물건이다. 하지만 재주 없는 이에게 악기는 아무 결함이 없다 할지라도 비예술적인 연주가으 실체를 드러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부도 역시 같은 종류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진정으로 고귀한 부자는 미덕을 풍부히 갖춘 사람이며 성실하고 신성한 방식으로 재산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물질적인 부를 가진 겉치레 부자는 사라질 것이 일회적인 소유에 여기저기에 발을 걸치다가 결국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_알렉산드리아의 글레멘스 

부는 노예 제도의 외교관이다.    _세네카 

세상에는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물질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예언자께서는 소화할 수 있는 부를 하랄Haral로, 소화할 수 없는 부를 하람Haram으로 이를 붙이셨다...정의롭게 획득한 부는 반드시 평화를 블러오지만,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준 대가로 획득한 돈, 다른 이의 삶을 파괴한 돈, 부정직과 부정의로 획득한 돈은 사람이 소화할 수가 없는 것이다.   _하즈라트 이나야트 칸 

뭉쳐 있는 부는 죽음이지만 흩어져 있는 부는 생명이다. / 적당한 양을 사용하면 독도 약이 되는 것처럼. / 향수의 연료도 쌓아 두면 악취를 풍기지만 골고루 뿌려 주면 / 하늘 멀리 향기롭게 퍼지는 것처럼.    _알렉산더 포프 

무소유는 훔치지 않는 것이다.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어떤 것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것은 훔친 물건이 아니더라도 훔친 것으로 간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면 내버려두자. 하지만 나는 필요하지 않은 것은 감히 소유하려 들지 않겠다.    _간디 

이만 됐다고 할 줄 아는 사람은 평온을 앗아가는 거센 파도도 무시히 넘기리니    _호라티우스 

사회에서 허욕과 낭비란 인체의 두 가지 상반된 독과 같다. 유독한 성질이 그 둘에서 상호 작용하여 서로를 갈라놓아 종종 그 사이에서 이로운 약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_버나드 맨더빌 

재산을 고루 분배하는 것은 시민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하나의 대책이다. 물론 이것이 아주 훌륭한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귀족 계급은 자신들이 분배된 재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여기므로 불만을 품을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탐욕은 채워지기 어렵다. 한때믄 두어 냥만으로 충분하던 수입이지만 더 많이 갖게 된 후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 욕망의 본성은 결코 만족할 줄 모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쾌락을 위해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의 시작은 우리의 본성을 더 고귀하게 끌어올려 재산을 공평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더 욕심 부리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_아리스토렐레스 

 무엇인가를 얻는다는 것은 항상 부분적으로만 소유한다는 것이며, 절대로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획득에 대한 갈증은 유한한 영혼에 속한 것들이다. 하지만 무한함을 추구하는 영혼의 한 부분은 재산이 아니라 자유와 기쁨을 찾는다. 세상에는 결핍의 채찍질이 멈추는 구역이 있고, 거기서 우리가 할 일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_타고르 

욕망은 속박이요, 버림은 자유다.   _헤르메스 트리메기투스 

세속의 눈에는 즐거움과 편암함, 행복함을 단념한 사람들이 어리석게 비칠 것이다. 하지만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얻기 위한 버림 또한 탐욕에 지나지 않는다. 오직 버림 자체를 위한 버림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이다.    _하즈라트 이나야트 칸

새로운 것을 탐하고 가진 것을 확장시키면서 과거에는 한 나라 전체에 충분했던 것들이 이제 한 사람에게조차 부족하다고 여길 것인가? 사치는 탐욕만큼이나 만족할 줄 모른다. 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호수와 바다, 숲과 땅을 유린하는가? 대지 자체가 인간이 세운 건물들 때문에 가라앉고 있다. 어떤 강이나 산도 인간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의 작은 몸에 이토록 바닥 모를 욕망이 숨어 있다니! 좀 더 좁은 공간에서 살 수는 없을까? 한 장소에 거주하며 살 곳이 아니면 점유하지 말아야 한다...사람들이 탐욕, 야망, 욕심은 끝이 없다...황소는 초원 하나에 만족하며 산다. 코끼리 천 마리도 숲 하나면 족하다. 그러나 작은 몸체를 가진 사람은 다른 어떤 생물체보다 많은 것을 삼킨다.    _세네카 

나이 들수록 점점 짐을 줄이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지고 불필요한 사치를 잘라 내고 싶어졌다. 나날이 소박한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_존 버로스  

돈이란 그것을 좇을 때보다 획득했을 때가 더 골치 아픈 법이다. 잃는 것에 대한 공포는 커다란 고민거리고, 그것을 잃는 것은 더 큰 괴로움이며, 그 괴로움은 생각할수록 더 커진다.    _세네카 

음식에 관한 것이든, 의복 또는 집에 관한 것이든, 취향의 단순함은 독립성과 안정성의 밑바탕이다. 소박하게 살수록 당신의 미래는 더 안전하며, 충격과 후회할 일은 더 적어진다.  

병에 걸리거나 한가하에 세월을 보낸다 해도 그다지 잃을 것이 없다. 지위의 변화가 상당할지라도, 혼란에 처할 까닭이 없다. 필요한 것들이 소박하므로 운명의 위험에 적응하는 것 또한 덜 고통스럽다. 비록 당신이 직업과 수입을 잃는다고 해도,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신의 삶은 탁자나 저장고, 말이나 물건들이나 부동산 또는 돈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_샤를 와그네 

바라는 것이 적은 사람은 두려워할 일도 적다.    _윌리엄 블레이크 

재산을 지키려고 유언을 해야 하는 미래를 불안해하지도 말자.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남길 수 있는 것 이상은 더 소유하지 말자.    _타키투스 

부를 획들할 때 천 번의 괴로움에 시달리고, 그것을 지키려고 수없이 걱정해야 하며, 그래도 쓸 때는 불안함이, 잃을 때는 슬픔이 뒤따른다.   _살레의 성 프란체스코 

노동만이 중요한 것이라는 사고방식 탓에 우리는 하찮은 것 외에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대범함이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좀 더 느긋해지고, 더 공정해져야 하며, 덜 실용적이고, 덜 '진보적'이 될 필요가 있다. 이 목표를 위해서 첫 번째 할 일은 좋은 삶이란 덜 활동적이라는 관념을 퍼트리는 것이다.    _버트란드 러셀 

 자발적 가난은 이성으로 철학이 가르치고자 하는 것들을 실천하게 함으로써 철학에 도움을 준다.    _디오게네스 

가난과 싸우는 것은 비참함과 박탈 속에서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안락하게 사는 사람들의 반성과 실천을 촉구한다. 가난과 싸우는 일의 성공 여부는 이 나라에 사는 이십 퍼센트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지 않은 팔십 퍼센트의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자원 봉사자들은 이러한 노력이 뻗어 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들은 이 위대한 운동의 선구자로서 그 경험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잠재된 용기와 양심, 이타주의와 헌신, 그리고 이상을 북돋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_사전트 슈리버 

자발적 가난은 유일하게 창조적인 가난, 그러니까 자유를 얻기위해 꼭 필요한 성스러운 가난이다. 이는 인위적으로 조작된 미래와 존재에 반하는 투쟁이며, 야망과 권력에 얽매여 사랑을 잃고 자아를 상실한 채 타인에게 운명을 내맡기는 삶의 확실한 투쟁이다. 

자발적 가난은 욕구의 결핍에서 나온다. 자발적 가난은 이러한 결핍에 만족한다. 자발적 가난은 꼭 필요한 최소의 것으로, 존재의 단순한 골격만으로 부유함의 모든 욕구를 대체한다. 자발적 가난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며, 하나의 기원이며, 성취다.  

자발적 가난은 자아를 정복한다. 따라서 이는 정신 수행의 도구가 된다.  

자발적 가난은 논리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물질세계 내부에서 고통을 덜어 주는, 그리하여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위다. 

자발적 가난은 일관된 철학적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경험에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다. 

자발적 가난은 제도적 가난을 자발적 가난의 권리에 대한 박탈로 인식함으로써 강력한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킨다. 

유일하게 창조적인 긍지인, 가난에 대한 긍지는 자발적 가난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속성이다. 

자발적 가난은 마음의 평화다.    _안드레 밴더브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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