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샹즈 황소자리 중국 현대소설선
라오서 지음, 심규호 옮김 / 황소자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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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불이 꺼졌다. 하늘을 컴컴했다. 때때로 별똥별 한두 개가 은하수로 미끄러지듯 들어가거나 어둠속으로 붉고 흰 빛 꼬리를 끌면서 경쾌하고 힘차게 하강하다가 가로로 휘몰아치듯 내달았다. 별똥별은 때로 흔들리고 떨면서 하늘에 환하고 뜨거운 출렁임을 남겼고 그럴 때마다 어둠 속에 잘력하는 빛을 선사했다. 때로 한두 개, 때로 여러 개의 별똥별이 동시에 떨어지면 정적이 흐르는 가을 하늘은 가볍게 떨었고 온갖 별들도 잠시 동안 어쩔 줄 몰랐다. 때로 길고 거대한 빛꼬리를 가진 별 하나가 홀로 사방에 별꽃을 흩뿌리며 하늘가를 가로질렀다. 그 붉은 빛이 점차 노랗게 변하면서 마지막 행진을 할 때, 하늘은 돌연 미친 듯 환희에 들떠 한 줄기 환한 빛을 비추었다. 마치 겹겹의 어둠을 헤치고 들어가 유백색 광선을 남겨둔 것처럼 남은 빛이 모두 사라지자 어둠이 몇 번 몸을 꿈틀거리더니 다시 모든 것을 에워쌌다. 고요하고 나른해진 뭇별들이 다시 원래 위치를 회복하고 가을 바람에 미소를 지었다. 땅에서는 짝을 찾는 가을 개똥벌레들이 별처럼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91쪽

가난뱅이의 운명을 그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대추씨처럼 양끝이 뽀족한 운명. 어릴 땐 굶어죽지 않으면 천만다행한 일이고, 늘어서 배고파 죽지 않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인생의 중간, 젊고 힘도 좋을 때야 먹고 사는 것이나 악착같은 노동도 두렵지가 않다. -164쪽

삶의 욕창은 담배나 술, 여자라는 독약으로 잠시 마비시킬 수 있을 뿐이다. 독은 독으로, 독기란 언젠가는 마음으로 스며들게 마련이다.-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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