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실버버그, <두개골의 서>, 북스피어 2006

p.63

죽음이란 아직 그녀에게 추상적인 것, 베토벤과 예수에게 일어난 어떤 현상일 뿐이다.

p.115

재능 있는 사람들은 글을 쓰고, 재능 없는 사람들은 되고 싶어 한다.

p.74-5

아프리카 부시먼족의 기린 사냥 다큐멘터리에서 그 사회의 상징구조를 분석한 책을 얼마 전에 읽었다. 부시먼 사냥꾼들은 독 묻은 창으로 기린에게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기린이 스스로 쓰러질 때까지 일주일 또는 그 이상이라도 사막을 헤메며 계속 쫓아다녀야 한다. 사냥 원정대는 매우 결속력이 강한 네 명의 집단으로, 우선 원정대의 리더인 대장이 있고, 마법사이자 주술사인 샤먼이 있다. 샤먼은 유사시엔 초자연적인 힘을 불러오는 역할을 하고 평시엔 성스러운 권능과 사막의 현실 사이를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사냥꾼 혹은 '아름다운 자'라 불리는 사람이 있는데, 원정대에서 가장 중요한 사냥 일의 책임을 맡은 사람으로 우아함과 순발력, 강인한 신체로 유명한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자그마하고 별난 광대가 있다. 그는 샤먼의 비의, 사냥꾼의 힘이나 아름다움, 대장의 권위를 업신여긴다. 이 넷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결속되어, 기린을 추적하는 과정 내내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한다. 책의 지은이는 이로부터 이 집단 내에 존재하는, 예이츠적 상호순환 고리 같은 양극성을 지적한다. 샤먼과 광대는 왼편, 이상론을 대표하고, 사냥꾼과 우두머리는 오른편, 기능론을 대표한다. 상대편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이 함께하면서 필요한 모든 기술이 조화롭게 존재하는 안정된 집단이 된다. 이 집단이 보여주는 긍극적인 은유는 부족집단에서 국가로의 발전이다. 우두머리는 정부가 되고 사냥꾼은 군대가 되고 샤먼은 교회가 되고 광대는 예술이 된다. 우리도 지금 이 자동차 안에 비슷한 대우주를 담고 있다. 티모시는 우리의 대장이고, 일라이가 샤면, 올리버가 사냥꾼이다. 그리고 나는 광대다. 나는 광대다.

p.232

자위 행위보다 더 격렬한 육체노동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나는 밭일에 등골이 휘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충격이 있었지만 이젠 자발적으로 전력투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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