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타

 

                          이달균

 

등짐이 없어도 낙타는 걷는다

고색한 성채의 늙은 병사처럼

지워진 길 위의 생애 여정은 고단하다

생을 다 걸어가면 죽음이 시작될까

오래 걸은 사람들의 낯익은 몸내음

떠나온 것들은 모두 모래가 되어 스러진다

모래는 저 홀로 길을 내지 않는다

동방의 먼 별들이 서역에 와서 지면

바람의 여윈 입자들은 사막의 길을 만든다

낙타는 걸어서 죽음에 닿는다

삐걱이는 관절들 삭아서 모래가 되는

머나먼 지평의 나날 낙타는 걷는다

 

*『갈잎 흔드는 여섯 악장 칸타타』(6인시조집, 창비, 19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