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거울 속의 천사>>, 민음사 2001

<슬픔이 하나>

어제는 슬픔이 하나
한려수도 저 멀리 물살을 따라
남태평양 쪽으로 가버렸다
오늘은 또 슬픔이 하나
내 살 속을 파고든다.
내 살 속은 너무 어두워
내 눈은 슬픔을 보지 못한다.
내일은 부용꽃 피는
우리 어느 둑길에서 만나리
슬픔이여,

<호텔 H>

산모롱이 산그늘
목이 긴 철새 한 마리
목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른봄
해질 무렵
두셋 다른 철새들이 울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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