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카미 하루키, <댄스 댄스 댄스>, 문학사상사, 1989
<2권>
p.11
기묘하게도 인간에게는 각기 절정이라는 게 있다. 거기에 올라가 버리면, 다음에는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절정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자는 열두 살 때 절정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별로 시원치 않은 인생을 보내게 된다. 어떤 자는 죽을 때까지 계속 올라간다. 어떤 자는 절정에서 죽는다. 많은 시인이나 작곡가들은 질풍처럼 살면서 너무 급격히 꼭대기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서른 살도 되기 전에 죽었다. 파블로 피카소는 여든 살이 넘어서도 힘찬 그림을 계속 그리다가 그대로 편안히 죽었다. 이 점만은 끝나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
p.42
결혼, 이혼 등의 복잡한 일을 치르느라 굉장히 돈을 많이 빌렸어. 그래서 내가 무일푼이 됐다는 얘기는 자네에게 분명히 했지? 그 빚을 갚기 위해 나는 뼈빠지게 일하고 있어. 나가고 싶지도 않은 광고에도 나가지. 정말 이상하게 돼 버렸어. 경비는 자꾸만 들게 돼. 하지만 빚은 좀처럼 갚을 수 없어. 세상이 나날이 까다로워져 가고 있어. 자신이 가난뱅이인지 부자인지조차 알 수 없다구. 물품은 풍부하게 있는데, 갖고 싶은 게 없어. 돈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데, 정말로 사용하고 싶은 것을 위해 사용할 수 없어. 예쁜 여자는 얼마든지 데리고 놀 수 있는데, 좋아하는 여자와는 잘 수가 없어. 이상한 인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