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지상에 숟가락 하나>, 실천문학사 1999


p.321

책읽기는 우울한 나의 침묵에 잘 어울렸다. 나는 말을 잘 안 하는 대신에 그 침묵을 책읽기로 채웠다. 책을 읽고 나면, 좋은 말상대를 만난 한참 다변스럽게 얘기를 주고받은 것 같으 흐뭇함이 느껴졌다. 책들은 나에게 까닭 없는 슬픔, 이른바 ‘고독’이란 걸 가르쳐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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