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문학과 지성사 1984

p.114
구보씨는 문득 자기가 문화깡패 같은, 문화상이군인 같은, 문화문둥이 같다고 생각했다.

p.131
이렇게 사람이 모인 장소에 올 때마다 어김없는, 더도 덜도 없는 얼굴을 꾸미는 데 여간 애을 먹는 것이다. 나는 나고 당신들은 당신들이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의 적인 것은 아니다. 서로 존중하기로 하자-이런 내용의 의사를 온 몸으로 풍겨야 한다.

p.224
해방 이후 한국 사람들은 야간통행 제한 밑에서 살아왔는데 크리스마스가 한국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효과를 가지는 것인 이 통행제한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날만은 야간 통행 제한이 걷힌다. 한해동안 하루만은 밤시간에 나다닐 수 있다는 것은 큰 해방감은 준다. 그래서 이 날은 실상은 서양풍속으로 치면 카니발이 된다. 크리스마스란 이름의 카니발이다. 이 날에는 한국 사회의 모든 심층사회심리가 한 덩어리가 되어 소용돌이친다. 막연한 해방감-이것이 정치적 아나키즘이다. 젊은 사람들의 성적 해방감-이것은 섹스의 아나키즘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대목 보려는 마음-이것은 상업적 아니키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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