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 문이당 1997
p.13
아예메넴의 5월은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무더운 달이다. 길고 후텁지근한 날이 이어져 강물은 줄어들고, 먼지를 뒤집어슨 채 고요히 멎어 있는 초록색 나무들 사이에서는 까마귀들이 밝은 빛깔의 망고를 파먹는다. 붉은 바나나가 익고 인도빵나무 열매들도 벌어진다. 방정맞은 청파리들이 과일 향기가 밴 공기 속에서 하랄없이 윙윙거리다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버둥거리며 죽는다. 밤은 맑게 개지만 권태와 우울한 분위기가 채워져 있다.
p.15
서른하나.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않은
p.16 그러나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는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