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 <스퀴즈 플레이>, 열린책들 2000

p.319-320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몇 분 동안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문을 쳐다보았다.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감히 숨도 쉬지 못했다. 잠시 후 책상을 내려다보니 그녀가 놓고 간 라이터가 눈에 띄었다. 마치 그녀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일부는 아직 거기에 남아 있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아직도 불꽃을 계속 피울 수 있어요. 나는 라이터를 집어 들고 불을 켰다. 노란색 작은 불꽃이 이른 아침의 햇살 속에서 창백한 빛을 냈다. 나는 그 불꽃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너무나 열심히 노려본 탓에, 나중에는 불꽃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금속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손에 쥘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지자 나는 라이터를 책상에 떨어뜨렸다.
 주디를 본 것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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