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마르 베리만, <마법의 등>, 이론과실천 2001

p.268
 나의 수면 메커니즘은 박살이 났고 불면증, 혹은 수면 부족은 만성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하루 네다섯 시간만 자면 된다. 나는 종종 깊은 잠에서 소용돌이처럼 이끌려 나오는데 나를 끌어내는 그 불가항력의 힘이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것은 죄의식이라는 만연된 감정들일까 아니면 현실을 통제하려는 억제할 수 없는 욕구인 것일까?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책과 음악, 비스킷, 물로 밤을 견뎌내는 것뿐이다.
 최악은 3시에서 5시 사이의 심야, '늑대의 시간'이다. 바로 그때 굴욕감, 증오, 공포, 분노 같은 악마들이 찾아온다. 그것들을 억누르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러면 상태가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독서로 눈이 피로해지면 음악이 있다. 나는 눈을 감고 집중해서 음악을 들으며 악마들이 마음껏 날뛰게 둔다. 자, 얼마든지 오라고. 넌 알아, 네 생리를 안다고. 넌 제풀에 지칠 때까지 멈출 줄 모르지. 한참이 지나면 그것들은 무너지고 우스운 꼴이 되며 사라진다. 그러면 나는 몇 시간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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