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 <사람 풍경>, 아침바다 2004

p.69
외국은 잠시 여행에 빛나고
삼사 년 공부하기에 알맞지
십 년이 넘으면 외국은
참으로 우습고 황량하구나.

p.238
'혼자 있다'라는 말이 거느리는 이미지나 울림은 그 진폭이 상당히 크다. 고독을 잘 이겨내는 강인한 인성의 소유자라는 의미부터 외롭고 청승맞은 사람이라는 인상까지, 세속을 벗어난 독야청청한 수행자의 이미지로부터 세상의 흐름에서 소외된 인물이라는 이미지까지. 아마 '혼자 있다'는 말에는 두 가지 측면이 다 존재할 것이다.
'혼자 있기'의 병리적 측면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격길시키는 극단적인 방어의식, 또는 분노의 표현'일 수 있다. 상처 입은 동물은 산의 가장 후미진 곳을 찾아가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다. '혼자 있기'의 건강한 측면은 독립된 인격체로부터 분리와 개별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상태를 말한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은 채 충만함 속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 그것은 정신 건강의 중요한 척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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