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삼성경제연구소 2005
p.170-171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할! 철저하게"
...뒷방노인으로 살아갈 기간이 '사회인'으로 사는 기간 못지않게 길어졌다. 앞으로 점점 더 길어질 것이다. 적극적으로, 철저하게, 그리고 일찌감치 제2인생을 준비하지 않으면 정말 불행해진다.
우선 은퇴의 개념부터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 은퇴란 근대의 개념이다. 그 옛날 농경 시대에는 은퇴라는 게 없었다. 큰 밭을 갈기 어려운 나이가 되면 텃밭을 돌보았다. 그것도 어려울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방에 앉아 길쌈을 매거가 새끼를 꼬았다. 내가 제안하는 '두 인생 체제'는 바로 그런 세상을 또다시 재현하자는 것이다. 제1인생 사람들이 주로 해야 할 일들이 있고 제2인생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따로 있다. 물론 두 인생이 일의 성질에 따라 칼로 베듯 정확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제1인생에서 하던 일을 제2인생에서도 그런대로 계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작가가나 예술가들은 50세를 전후하여 구태여 붓을 꺾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2인생을 새롭게 준비하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확실하게 이같은 새 개념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연히 정년 조정 등에 헛되이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우리 사전에는 '은퇴' 또는 '정년'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으로 하자. 모두가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찾아 변신하며 사는 것이다. 변신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을 까닭은 정말 없다. 변신의 정도가 개인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도 이 사회는 받아들을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