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영혼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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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소설을 밤을 새워가면서 읽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제목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저자에 대한 설명 중에 그의 이름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 소설을 선택하기에는 충분했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가 보여주었던 감정이 거세된 서술을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을까. 다음 장을 자꾸 넘기게 만드는 매혹을 느낄 수 있을까. 이러한 기대에 가득 차서 첫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잔인한 연쇄살인범이 엘리트 수사관의 추리 속에 속성으로 잡히고 나서야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살인범은 분명히 죽었는데, 이미 땅에 묻힌 그가 다시 살아나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새로운 사건이 1년 후 다시 시작된다. 그는 과연 그가 신봉하던 흑마술의 도움을 받은 걸까. 그가 가진 악의 영혼이 어딘가에 살아남아있다면 어떻게 그것은 가능한 것일까. 너무나도 부족한 단서와 시간 앞에 고군 분투하는 수사관 브롤린과 1년전 겨우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생명력 넘치는 여인 줄리에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그들을 응원하기도 하고 그들을 안타까워하게 만들기도 한다.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난 후 마음 속에 남는 의문은 이것이다. 악에 영혼이 있다면 그 시작점은 어디일까. 하는. 자기의 부모와 따로 떨어져서 불행한 삶을 살아왔던 청년이 마치 악의 화신처럼 변해버린 현실앞에서 수사관들의 의문은 이것이다. 그의 불행한 삶을 이끌었던 장본인인 그의 양부모는 또 왜 그토록 악하게 되었을까. 결국 그 악의 근원은 어디인가. 어쩌면 모든 범죄수사의 끝에서 누구나 이런 의문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의 고통과 불행은 누구의 책임인가. 그 책임을 억울한 죽음이 대신할 수 없었다면 과연 누가 감당해야 했던 것일까.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걸까. 사건의 잔혹함보다 그 사건을 만들어내는 '악'의 배후가 더욱 잔인하게 느껴졌던 소설이었다. 아마도 모든 범죄의 끝에서 당분간 느끼게 될 의문과 괴로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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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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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듣고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최근에 읽었던 고령화가족이 떠오르기도 했다. 가족이 과거 가족의 형태를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부모의 역할과 자식의 역할이 떄로는 전도되는 지경에 이른 경우까지 생겨나면서 아니 그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가족애 정도가 아니라 인간애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런 종류의 소설 제목은 나의 흥미를 끄는 제목들이 되었다. 이 시대에 이 불량한 시대에 콩가루집안이라는 말이 더이상 특별한 이름이 아닌 현실에 과연 희망은 있는가.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누군가들에게 나는 미래를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의 주인공은 고1 여학생이다. 현실보다 아름다운 만화 속 세상을 꿈꾸는. 마법에 걸려있어야 아름다운 피오나 공주는 이 아이의 코스프레 캐릭터이다. 마법이 풀린 현실에서의 그녀는 피오나 공주가 슈렉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었던 진흙탕 속에 놓여있다. 둘의 다른 점이 있다면 피오나는 기꺼이 마법이 풀리고 슈렉과 함께하는 생활을 즐기며 살아갔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마법이 풀리지 않기를. 현실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집요하게 외면하고 또 외면해 왔으니까. 어쩌면 이러한 외면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맞서야 하는 현실은 고1 여학생의 순수하고 환상 가득한 욕망을 채우기에는 너무나 칙칙했으니까. 식권을 복사해서 얻는 이익정도로는 택도 없을 무게감이니까. 

가족이 한사람씩 가출을 하거나 독립을 하거나, 또는 어쩔수 없이 떠나야 하면서 고1의 주인공은 현실에 더더욱 내몰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찌질하던 가족들이나마 있었기에 나름의 보호막을 두르고 현실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 얇은 보호막도 사라진 시점에서 그녀는 자신이 이 가족을 기다리며 붙들고 있어야 하는 최후의 보루가 된 느낌을 받는다. 가장 먼저 가출을 했어도 좋을 그녀가. 가장 나중에 남아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키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모래가 폭풍에 날려가 버린 뒤에 조그맣게 남은 땅을 발견한 듯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이 안도감은 비록 가출이지만 나름의 독립을 이루어 낸 가족들에 대한 것이기도 하며, 조그만 소녀가 마음 속에 품은 건강한 다짐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가족의 진화는 각각의 독립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려면 먼저 스스로의 성숙을 일구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소설 속에서는 조금 급하고 아쉽게 전개된 듯 하지만 그 결국이 어쩌면 옳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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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 에듀 픽션 시리즈 5
귄터 벤텔레 지음, 박미화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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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을 읽으면서 장면을 상상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렇게 써 보고 싶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게다가 중세의 사건들은 실제라고 생각하기에 과장된 부분이 없지않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소설로 써 보고 싶은 매력적인 과거이다.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에 중세가 많은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가 아닐까.  

 물론 이 소설은 중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기 때문에 전혀 없는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떤 것은 실제의 이야기를 조금 구체화 한 것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식의 희망적 상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것이 되었든지간에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다. 그들의 사랑이 어떤 형태였었는지, 얼마나 많은 제약 속에서 살아갔었는지 때로는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지 등등 아주 세밀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다만 역사로서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역사가 소설로 쓰여졌을 때 혹 소설이 역사로 둔갑하는 단점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친절하게 각 에피소드별로 얼마나 역사와 관련이 있는지 설명해 두기는 했지만 우리의 뇌가 그닥 치밀하지 않아서 때로 기억에 실수가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조금 독특한 형식의 역사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중세의 사람들을 살아 움직이는 인물로, 느껴보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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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 추억을 잃어버린 모든 이에게 우리시대 대표 문인들이 전하는 특별한 수업 이야기
김용택.도종환.양귀자.이순원 외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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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추억에든 수업이 있다. 대개는 학교에서 받는 수업이겠지만, 반드시 그 수업의 이야기일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업만이 인생에 있어 수업은 아니니까. 우리는 수업시간에서보다 그 이외의 시간에 사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니까. 

이 책은 여러 문인들의 수업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학교수업 이야기도 있고, 인생 수업 이야기도 있다. 안타까웠던 기억도, 위로받고 안심했던 기억도, 부끄러웠던 기억도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들의 추억 속에서 내 추억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들었던 수업의 기억들. 따라잡고 싶은 선생님의 뒷모습과, 부끄럽게도 내가 잘난 줄 알았던 유년기의 치기와. 아직 인생의 맛을 보기 위해 혀조차 내밀지 못한 주제에 삶의 공허함을 깨달아버린 듯했던 사춘기의 우울함과 고독을 기억하게 된다. 그 기억들은 다시 내게 하나의 수업이 된다. 앞으로를 살아가는 나에게 조근조근 들려주는 다정한 위로가 된다. 그렇게 살아왔다고 그렇게 배워왔다고. 그래서 이전보다 조금 더 성숙한 네가 되어 있다고. 

이 책은 그래서 수업이다. 문인들이 들려주는 배움의 이야기를 통해 또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다. 이제 그들도 나도 수업을 받는 입장이라기보다 수업을 해야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때로는 배우겠지만, 그래도 이제 배움을 주는 사람으로서 서야할 때 꼭 한 가지는 기억하고 싶다. 이들 역시 나와 같은 어린 시절에 놓여 있다는 것을. 내가 그 때 그토록 애정과 격려와 위로를 바랐던 것처럼 이들 역시 바라고 있을 거라는 걸. 지금 내가 그 때의 교사가 나를 이해해줬더라면 싶은 것처럼 그들이 나중에 내가 그랬었더라면 이라고 기억할지도 모른다는 것. 어느 수업에서 사랑은 늘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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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고 내 아이 키우기
신철희 지음 / 경향에듀(경향미디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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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1년까지는 아이의 생리적 욕구를 만족시켜주기에 바쁘다.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씻기고 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흘러가 버린다. 이제 조금 더 자라면 스스로 먹고 입겠지. 기저귀도 떼고 젖도 떼고. 아이가 걸어다니면 또 그만큼 손이 줄겠지.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매일매일 미래를 산다. 몇 개월만 지나면. 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그런데 이게 웬일. 아이가 스스로 먹고 입고 자고를 할 수 있게 되니까 고집이 생겼다. 엄마가 해주는 대로 하지 않겠단다. 친구들과 장난감을 두고 다투기도 하고,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게 한다고 떼를 쓰기도 한다. 나를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밥도 안 먹는 것 같고, 아무래도 내가 짜증나라고 옷도 더럽히는 것 같다. 아.. 다시 뱃속에 집어넣을까. 싶어진다. 이거 나만 그런걸까? ^^

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난다는 소리다. 교육전문가들은 아이의 의지가 자라기 시작하면 부모와의 갈등이 시작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다. 아이의 세계는 아직 좁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과 부모에게 중요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당연히 경험많은 부모의 말이 옳지만 그것을 아이는 아직 알 리 없다. 그러니까 화를 내게 되는데, 매일매일 그러다보면 내가 아이와 뭘 하고 있는건지 회의가 든다. 그럴때 이 책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화날 뻔한 순간이지만, 화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말이다. 

교육서를 많이 읽은 엄마라면 이미 읽어본 이야기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 책의 구성은 문제와 해결방법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각 사례별로 찾아 읽는 데에 유용하다. 우리 아이의 경우도 있을 것이고, 우리 아이가 겪게 될 법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미리 아이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아이는 당연히 떼를 쓰겠지만, 그게 그저 날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면 엄청 우울해진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당연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기특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이를 잘 다루는 정도가 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는 수준만 된다면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의 기운을 조금 누그러뜨린 후에 아이를 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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