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추억에든 수업이 있다. 대개는 학교에서 받는 수업이겠지만, 반드시 그 수업의 이야기일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업만이 인생에 있어 수업은 아니니까. 우리는 수업시간에서보다 그 이외의 시간에 사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니까. 이 책은 여러 문인들의 수업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학교수업 이야기도 있고, 인생 수업 이야기도 있다. 안타까웠던 기억도, 위로받고 안심했던 기억도, 부끄러웠던 기억도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들의 추억 속에서 내 추억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들었던 수업의 기억들. 따라잡고 싶은 선생님의 뒷모습과, 부끄럽게도 내가 잘난 줄 알았던 유년기의 치기와. 아직 인생의 맛을 보기 위해 혀조차 내밀지 못한 주제에 삶의 공허함을 깨달아버린 듯했던 사춘기의 우울함과 고독을 기억하게 된다. 그 기억들은 다시 내게 하나의 수업이 된다. 앞으로를 살아가는 나에게 조근조근 들려주는 다정한 위로가 된다. 그렇게 살아왔다고 그렇게 배워왔다고. 그래서 이전보다 조금 더 성숙한 네가 되어 있다고. 이 책은 그래서 수업이다. 문인들이 들려주는 배움의 이야기를 통해 또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다. 이제 그들도 나도 수업을 받는 입장이라기보다 수업을 해야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때로는 배우겠지만, 그래도 이제 배움을 주는 사람으로서 서야할 때 꼭 한 가지는 기억하고 싶다. 이들 역시 나와 같은 어린 시절에 놓여 있다는 것을. 내가 그 때 그토록 애정과 격려와 위로를 바랐던 것처럼 이들 역시 바라고 있을 거라는 걸. 지금 내가 그 때의 교사가 나를 이해해줬더라면 싶은 것처럼 그들이 나중에 내가 그랬었더라면 이라고 기억할지도 모른다는 것. 어느 수업에서 사랑은 늘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