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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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듣고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최근에 읽었던 고령화가족이 떠오르기도 했다. 가족이 과거 가족의 형태를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부모의 역할과 자식의 역할이 떄로는 전도되는 지경에 이른 경우까지 생겨나면서 아니 그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가족애 정도가 아니라 인간애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런 종류의 소설 제목은 나의 흥미를 끄는 제목들이 되었다. 이 시대에 이 불량한 시대에 콩가루집안이라는 말이 더이상 특별한 이름이 아닌 현실에 과연 희망은 있는가.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누군가들에게 나는 미래를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의 주인공은 고1 여학생이다. 현실보다 아름다운 만화 속 세상을 꿈꾸는. 마법에 걸려있어야 아름다운 피오나 공주는 이 아이의 코스프레 캐릭터이다. 마법이 풀린 현실에서의 그녀는 피오나 공주가 슈렉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었던 진흙탕 속에 놓여있다. 둘의 다른 점이 있다면 피오나는 기꺼이 마법이 풀리고 슈렉과 함께하는 생활을 즐기며 살아갔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마법이 풀리지 않기를. 현실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집요하게 외면하고 또 외면해 왔으니까. 어쩌면 이러한 외면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맞서야 하는 현실은 고1 여학생의 순수하고 환상 가득한 욕망을 채우기에는 너무나 칙칙했으니까. 식권을 복사해서 얻는 이익정도로는 택도 없을 무게감이니까. 

가족이 한사람씩 가출을 하거나 독립을 하거나, 또는 어쩔수 없이 떠나야 하면서 고1의 주인공은 현실에 더더욱 내몰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찌질하던 가족들이나마 있었기에 나름의 보호막을 두르고 현실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 얇은 보호막도 사라진 시점에서 그녀는 자신이 이 가족을 기다리며 붙들고 있어야 하는 최후의 보루가 된 느낌을 받는다. 가장 먼저 가출을 했어도 좋을 그녀가. 가장 나중에 남아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키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모래가 폭풍에 날려가 버린 뒤에 조그맣게 남은 땅을 발견한 듯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이 안도감은 비록 가출이지만 나름의 독립을 이루어 낸 가족들에 대한 것이기도 하며, 조그만 소녀가 마음 속에 품은 건강한 다짐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가족의 진화는 각각의 독립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려면 먼저 스스로의 성숙을 일구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소설 속에서는 조금 급하고 아쉽게 전개된 듯 하지만 그 결국이 어쩌면 옳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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