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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평점 :
'유아살해범'이라는 단어는 끔찍하다. 그게 실수였어도 마찬가지다. 어린 아이를 향해 악의적인 폭행을 휘두른 결과물이니까. 그런데 그 행위를 한 사람이 같은 아이라는 상황이 독자들에게는 더욱 끔찍하기만 하다. 우리는 이 순간적인 악의에 대해, 한 인생을 끝장내고 마땅히 끝장나야하는 또다른 인생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읽는 내내 독자들은 질문해야한다. 이 중니공은 법적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가. 아니면 이대로 묻히는 게 더 나은가. 죄책감에 몸부림치지만 기이한 행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결국은 스스로 속죄의 방식을 선택한 이 인생이 흘러가는 방향은 과연 옳은가.
사실 이 문제는 '옳은가'를 판단할수는 없다. 인생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흘러가고, 어떤 경우에는 옳고 그름 자체를 판단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작가는 그가 선택한 속죄의 방식은 '아니'라고 말한다. 인생은 그가 어떻게 속죄해야하는지까지 계획해 놓은듯하다.
어떤 것을 우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선택에 내몰려진 것은 아닐까. 살인부터 시작된 그 이후의 모든 인생에서 과연 주인공 앙투안은 스스로 뭔가를 선택했을까.
이 소설에서 마지막 반전을 읽고 나는 깜짝 놀랐다. 누군가는 짐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단 한 순간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너무도 충실하게 12세의 시선을 따랐다. 어른의 문제를 1도 모르는 꼬마애를 따라가니 상상력이 빈약했나보다.) 어른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읽는다면,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 은퇴를 앞둔 노인의 '이제는 아무것도 상관없어진' 나이라는 말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무엇이든 상관있었던' 그 젊은 시기에 그의 인생은 또 누가 선택한 결과물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