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현대사를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32권으로 정리한 작가 조정래를 만났다.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인간에게 기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숭고하고 보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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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운 일이 없다고 믿고, 진정한 문학, 참된 문학은 역사를 변혁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남은 생애를 살고자 하는 그 작가는 ‘분단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받는 『태백산맥』으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당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검찰은 당시 350만부가 팔린 소설을 쓴 작가를 사법처리하기 어려웠던지 ‘학생이나 노동자들이 읽으면 불온서적 소지, 탐독으로 의법조치할 것이며, 일반 독자들이 교양으로 읽는 경우에는 무관하다'라고 하는 애매한 발표를 했고, 지금은 세 개의 대하소설을 모두 합치면1,000만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순수문학에서 이런 기록이 나온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도서관 등 빌려 읽은 사람까지 따지면 그 숫자는 엄청나게 불어날 것인데, 단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처벌해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윤청광 한국출판연구소 이사장은 조정래 선생에 대해 “역사의식이 가장 투철한 작가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조정래를 첫 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그는 초기에 발표한 ‘대장경’이나 ‘불놀이’, ‘유형의 땅’에서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함몰된 민초들의 삶을 진지하게 부각시켰다. 그리고 ‘태백산맥’, ‘아리랑’에서도 그는 혜안적 역사의식으로 민중의 삶을 투시했고, ‘한강’에서도 칼날 같은 역사의식은 탁월한 문학성과 조화를 이루며 명료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태백산백’, ‘아리랑’에 이어 ‘한강’으로 조정래는 이제 '한국의 20세기 역사'를 관통하는 한국인의 삶과 한(ꠕo), 끈질긴 생명력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했다. ‘태백산맥’ 10권, ‘아리랑’ 12권, ‘한강’ 10권 ― 3세기쯤 걸려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을 조정래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냈다. 이 위대한 업적은 우리나라 출판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시인 이탄은 ‘작가 조정래, 그는 우리나라 소나무, 그의 마음과 글은 하늘에 이르는 높은 산이다’라고 했고, 동화작가 정채봉은 ‘쑥 내음과 마늘 기운이 누구보다 강한, 조선솔과 같은 사람’이라고 조정래를 평가했다.
인터뷰는 2004년 12월 28일 서초동의 전통찻집 다솔에서 1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수만 장의 원고를 직접 손으로 쓰는 고된 작업으로 인해 얻은 직업병 치료를 위해 틈만 나면 손에 쥐고 굴린다는 가래를 한 시간 내내 굴리고 계셨다.
* 이 인터뷰는 『인물과 사상』 3월호에 게재된 인터뷰입니다. 지면 관계상 게재되지 못한 부분이 첨가되었구요. 여러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인터뷰입니다. 지금 읽어도 큰 흐름이 변한 것은 없지만, 시간이 좀 지난 부분을 감안하고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지승호(이하 지) - 천만 이상의 독자를 가진 작가에 대한 이적성 시비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조정래(이하 조) - 제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게 1994년 4월이예요. 지금까지 10년이 넘어가고 있죠. 국가보안법 폐지논란이 시작되니까 최근에 검찰에서 금년 내에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금년이 며칠남지도 않았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할 일이고, 이런 현상은 우리의 분단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예요. 20세기 문명 사회 속에서 분단이 된 곳이 우리 한반도가 유일하고, 작가를 이러한 법으로 인신구속하고, 작품집 판매를 못하도록 탄압을 가하고자 하는 음모가 이루어진 것도 세계 최초일 겁니다. 한마디로 분단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우스꽝스러운 사건입니다.
▼ 지 - 그동안 숫한 협박을 받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생활해 오셨을텐데요. 협박을 하는 그 분들도 역사의 상처를 받은 분들이고, 분단과 국가주의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분들이 계속 고발을 하는 것도 그 분들 나름대로는 상처를 받은 것 때문일 거구요. 거기에 대해 ‘학생이나 노동자들이 읽으면 불온서적 소지, 탐독으로 의법 조치할 것이며, 일반 독자들이 교양으로 읽는 경우에는 무관하다'고 했던 검찰의 발표는 그 분들의 분노를 의식한 곤혹스러운 결정이었다고 보이는데요. 그런 상처들을 치유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조 - 나를 고발한 사람들이 자칭 반공주의자들이죠. 반공주의 세력이라고 스스로들 호칭을 해요. 그런데 반공주의라는 것은 분단 현실 속에서 유일무이한 국가체제수호의 한 방법이었고, 또 그들은 그걸 내세움으로서 자기 정당성을 끝없이 사회와 국가에 대해 강요하다시피 했던 거죠. 그들이 6.25나 월남전 등으로 인해 상처입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끝없이 반공주의만 내세운다면 우리 민족의 비원이고, 숙원인 통일을 언제 이뤄가겠어요? 영원히 통일하지 말자는 소리거든요. 작가는 그 반공주의를 넘어서서 민족통일에 기여하기 위해서 태백산맥을 썼단 말이예요. 서로 용서할 것은 용서하고, 이해할 것은 이해해야 된다고 태백산맥에서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하는 사적 감정 이런 걸 가지고, 통일을 염원하는 작가를 또 상처입혀버렸어요. 그건 그들이 사적인 입장을 넘어서서 그 언젠가 통일이 되었을 때 자기들의 행위가 얼마나 반통일적이며, 반민족적인 것인가를 알게 될 거란 말이예요.
그런데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해요. 검찰도 10년 이상 이 사건을 끌어왔던 것은 반공주의자들의 정당성도 중요하지만, 반공주의를 넘어서서 통일에 기여하고자 하는 작가의 정당성도 또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소를 못한 거란 말입니다. 또 검찰이 기소를 못한 것은 이미 검찰이 그렇게 옹색스러운 말을 했던 그 당시에 350만부 이상 책이 판매되고 있었어요.
이런 독자들의 힘이 옛날 반공주의 일변도의 현실을 용납하지 않았던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돈을 주고 산 사람만 그렇지 대여점이나 대학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독자까지 생각한다면 그 독자들은 엄청난 거죠. 그런 점을 감안해서 검찰에서 기소를 못한 건데, 검찰의 고뇌도 인정할 수 있어요. 고통스러웠을 겁니다.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나를 고발한 자들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민족의 미래를 바라보고, 이성을 회복해서 그 고발을 취소하는 겁니다.
▼ 지 - 태백산맥에서 빨치산을 인간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라고 덧칠을 당하고 사시지 않았습니까? 예전에 한국논단이라는 잡지에서는 ‘태백산맥과 조정래를 구속하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는데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월간조선과 반공주의자들은 북한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체제경쟁, 완전히 끝났다. 그런데도 북한이 곧 쳐내려올 위협이 있다는 둥 시대착오적으로 정신병자들처럼 떠들어내는 것이 우리사회의 비극이고 불행이고 슬픔이다. 언론이 거짓말하고, 과장되게 국민을 속이는 것은 민족의 반역이다”라고 하셨구요.
얼마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는 남침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안보상업주의라고 할까 계속 위기를 조장하는 세력이 있는데요. 그들에게 제 몫을 찾아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조 - 문제는 반공이라는 것이 분단의 현실 속에서 기득권이 되어버렸어요. 그들은 반공이라는 것이 없어지면 자기 기득권이 해체되기 때문에 불안 초조한 겁니다. 우리가 주시해야할 것은 남북이 세계를 향해서 두 개의 독립된 국가로서 UN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계를 향해서 6.15 공동선언을 했습니다.
그 6.15 공동선언의 의미가 뭐냐 하면 갈등과 충돌을 일으켰던 분단의 역사를 화해와 협력의 통일의 역사로 대전환을 시킨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일방통행식의 반공주의를 그때 해체하거나 없앴어야 되죠. 그리고 민족이 서로 화합해서 신뢰를 갖고, 믿음을 갖고, 서로 돕고 이해하면서 통일해가려고 노력해야죠. 그런 역사의 대전환과 같은 물줄기를 억지로 뒤집으려고 하는 몸부림들이 보수언론의 작태예요. 시대착오적이죠.
그리고 국민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되요. 지금도 반공을 내세워서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하는 그 작태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망신을 당하고, 불신당하고 있는지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 지 - 예전 6.25때만 하더라도 기득권들은 자기 자식들은 유학을 보내고, 전쟁이 났을 때 먼저 남쪽으로 피난을 가지 않았습니까? 자기들의 안위를 위해서 살아왔는데, 정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전쟁이 만약에 나게 되면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을 초래하고, 자신들도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직도 그 사람들이 정신 못차리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웃음)
▲ 조 - 결국 반공주의는, 반공주의자들의 절대 다수가 친미주의자들이죠. 물론 친미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성적으로 판단이 되야만 하는 것인데, 그 이성적 판단의 과정이 없어요.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때문에 선제공격하겠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민족적 입장에서 볼 때 절대 옳지 않잖아요. 왜냐하면 6.25 단 3년 동안 남북한 전부 군인 포함해서 민간인까지 300여만 명이 죽었습니다. 월남 전쟁이 8년인데, 170만 정도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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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가 얼마나 무서운 전쟁인지 입증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6.25에 비해서 남북한 병력이 10배로 늘어났고, 화력은 100배로 증가되었습니다. 미국이 만약 선제공격을 하면 북한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남한이 가만히 있었어요? 화력을 다 사용할 겁니다. 그러면 8000만 우리 민족이 얼마나 죽겠습니까? 그것이 부시가 발언하는 위험이예요. 왜 그런 걸 생각하지 않냐는 말입니다.
미국이 쎄니까 무조건 우리가 승리할 거라고만 생각합니까? 이런 바보 멍청구리 같은 생각이 어디 있어요? 천치도 그런 생각 안합니다. 친미주의자들이 무조건적으로 미국을 믿는 미국맹신주의는 민족의 참화 같은 것을 보지도 못하는 몰지각함이라구요.
▼ 지 - 이철우 의원 사건과 관련해서 ‘스스로 정당이길 포기하고, 스스로 역사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한나라당을 거세게 비난하셨는데요. 박근혜 대표한테는 ‘유신 공주’라는 직설적인 표현도 쓰셨는데, 존경받는 작가로서 정치에 대해 그렇게 발언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실텐데요.
▲ 조 - 정치는 직접 가담하면 작가이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를 바라보고, 비판을 하는 것은 작가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국민이 직접 참여해서 국회의원을 뽑는 민주국가에서 모든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서 마음 놓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보장되어야만 민주국가죠. 지금 국가보안법을 갖다 놓고, 한나라당이 무조건 반대를 하기 때문에 작가인 나로서는 그런 비판을 하는 거죠.
여당이 대안을 안내놨으면 무조건 반대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국가보안법 없애고 형법을 강화하면 국가 안위에 아무런 지장도 없다고,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 야당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거기에 대해서 대안을 내놓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야 건전한 야당이죠. 그 부분이 없기 때문에 작가가 이렇게 심하다고 느껴지는 비판을 안할 수가 없는 겁니다.
작가가 그런 비판을 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비극이예요.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하면 작가가 그런 말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리고 국민이 뽑은 현직 국회의원을 아무런 근거 없이 간첩으로 암약해왔다고 말하는 게 말이 됩니까? 지금이 어느 시대입니까? 유신독재 시대입니까? 아니잖아요. 그렇게 국민모독을 하는 정당은 정당일수가 없는 거죠.
▼ 지 - ‘유신공주’라는 표현도 하셨는데…….
▲ 조 - 그건 제가 한 말이 아니라 사회에서 떠도는 별명을 붙여줬어요. 그 별명을 다시 얘기한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예요.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예민하게 사물에 대한 판단을 하는지 극적으로 보여준 게 그 별명입니다.
▼ 지 - 박근혜씨가 한나라당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박정희 신드롬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를 잘살게 해준 분'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 때문일텐데요.
▲ 조 - 지금 박정희 대통령은 흔한 말로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공인은 역사에서 비판받을 수도 있습니다. 평가받을 수 있는 공인의 삶은 그 누구나 음과 양이 있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처럼 극명하게 음양이 대조되는 사람이 없겠죠. 친일한 것 잘못됐고, 유신독재 잘못됐죠. 그런데 이 양반이 경제 발전의 초석을 낳았지 않습니까? 국민전부가 전후의 가난 속에서 허덕이면서 잘살기를 갈망할 때 그 국민전체의 뜻을 한군데 모아서 경제발전의 기치를 들어올린 것은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시해서는 안되죠. 저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된다는 입장인데, 불행하게도 박정희 추종세력들은 모든 경제발전의 공이 박정희에게 있다고 미화시키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게 제 소설 ‘한강’입니다. 저는 거기서 박정희 공 인정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국민 전부가 노력해서 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놨습니다. 몰지각한 국민들이 아버지 후광을 박근혜 대표에게 입혀준 것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후광을 입고, 한 당의 대표가 됐다면 대표답게 역사를 넓게 바라보고, 건설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죠. 정치라는 것은 건강한 타협, 건전한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입니다. 타협이 나쁜 게 아니예요.
▼ 지 - 정치개혁이나 변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이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 지도부가 4대개혁입법을 둘러싸고 타협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 실망하고 있지 않습니까?
▲ 조 - 타협은 이미 끝났잖아요. 아무 결실 없이 끝났으니까 그 얘기는 할 필요없죠.
▼ 지 - 그런 태도 때문에 앞으로도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대해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 조 - 타협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국가보안법은 마땅히 없어져야할 악법입니다. 지난 우리 역사 속에서 국가보안법의 피해를 당한 사람이 한두 사람입니까? 그것이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보가 되어서 많은 죄 없는 국민들이 고문당하고, 죽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없애는 건 너무 당연한데 상대 보수정당이 그걸 반대한다면 단계적으로 대체법을 만들던지, 뭘 해서 한 단계 더 걸러 갈 수 있는 방법이 있긴 있어요.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되죠. 사회라는 것이 일순간에 뒤바뀔 수가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역사는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니까요. 너무 서둘러서 모든 것들을 다 자기가 주장하는 대로 되길 바라는 것 자체도 어떻게 보면 독재적 발상일 수도 있어요. 서로가 마음들을 넓게 가지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살 수 있는 길이예요. 너무 성급하게들 생각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참여정부가 들어서서 4대개혁입법이라는 것을 발의해서 이렇게 격렬한 토론을 몇 개월씩 하고 이러는 것은 좋은 태도입니다. 그리고 4대개혁입법은 이 정부가 굉장히 잘 선택한 것이고, 이렇게 선택해서 완벽하게 이룰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절반만 이루어져도 그것은 큰 역사발전이고, 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 - ‘민생이 어려운데, 무슨 국보법 폐지 논쟁이냐? 도대체 생활인에게 국보법이 방해되는 게 뭐가 있냐? 몇 사람한테만 적용되는 일에 너무 매달리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 조 - 지금 참여정부의 불행은 그겁니다. 하나의 정권이 역사적 과제로서 선택한 4대입법은 아주 잘한 겁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경제 불황이라는 것이 닥쳐서 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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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필요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경제 불황이 돈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관없지만, 서민들에게는 생존권에 위협이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4대개혁입법이라고 하는 것은 추상일 수가 있어요.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오늘의 경제불황은 참여정부가 만든 게 아닙니다. 전 정권 김대중 정권에서 카드 남발한, 가계부채가 500조가 되어버린 그 여파가 후유증으로 밀어닥친 것인데, 지금 대통령이 새해 최우선 정책으로 경제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앞으로 3년 남았으니까 시간 충분하고, 우리 국민이 굉장히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 경제 불황은 해결될 겁니다. 어떤 것이 옳다고 이분법적으로 선택하면 안됩니다. 경제문제 해결하면서 4대 개혁입법 동시에 가는 개혁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그것을 국민들은 기다리고, 임기를 보장한 대통령이 하는 일을 인내심 있게 참고 합심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새해에는.
▼ 지 -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참여정부가 너무 많은 역사적인 책무를 끌어안고 지금 가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전 정권들이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꺼번에 하려고 하는 짐을 진 것”이라고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셨는데요. 보수적인 분들은 참여정부가 나라를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뜨렸고, 잘한 게 없다고 비판하고 있지 않습니까? 참여정부의 역사적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조 - 내 생각에는 민주화라는 국가적, 사회적 업적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둘이잖아요.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예요. 김영삼 대통령은 역사바로세우기라는 것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어요. 그런데 역사를 바로 세울려면 그때 친일파 문제를 해결했어야죠. 하지만 거론도 안하고 지나갔습니다. 아무 공적이 없어요. 또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빨갱이로 몰려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김대중 대통령도 민주화에 공헌한 그러한 업적 때문에 대통령이 됐습니다.
대통령이 될 때 공약으로 국가보안법 없애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발의도 안하고 정권이 끝나버렸어요. 이건 직무유기라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80년대 가투를 했던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어요. 이 사람은 대통령되고 나서 그러한 역사적 문제에 대해서 전 대통령들과 다르게 해결할려고 덤벼들었어요.
그래서 4대개혁입법이라는 것을 지금 추진을 해오면서 보수세력으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고 있는 것인데, 전 정권에서 직무유기한 부분까지를 떠안고 해결할려고 하니까 저항이 그만큼 쎄고, 그 짐이 그만큼 무거운 거예요. 그러한 측면에서 내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이고, 역대 대통령 중에서 이만큼 민주화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국민에게 보여준 사람이 없어요.
검찰 중립이 큰 문제였지 않습니까? 그거 대통령 권한에서 손 놨잖아요. 국가정보원, 안기부라는 그거 손 놨잖아요. 당을 권력의 손에서 놨잖아요. 이렇게 실질적으로 민주국가의 대통령이 해야할 자세를 보여준 사람이 처음이예요. 그래서 저는 이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4대입법을 놓고 국회에서 계속해서 추악한 싸움처럼 느껴져버릴 정도로 격렬한 대립이 된 것을 두고, ‘사회혼란이다, 국론 분열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그 의미를 호도해서 왜곡시키면서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사회혼란이라고 거짓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야말로 국론분열을 획책하고, 과대하게 국민불안을 조장하는 사회혼란조장자들입니다. 국민들이 거기에 속으면 안됩니다. 지금은 올바른 역사, 참된 민주주의를 향해 가고 있는 필연적인 통과의례를 치르고 있는 겁니다. 이 고통 없이는 올바른 우리 민족의 미래가 열리지 않습니다. 어떤 정권이 오든 간에 반드시 이 고통의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아직 기득권 세력이 엄존하고 있으니까.
▼ 지 - 김영삼 정권이나 김대중 정권이 개혁에 실패했던 부분도 자신들의 의지가 약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항을 너무 의식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 조 - 아니죠. 그 사람들은 무사안일의 정치를 하고 싶었었어요. 그러면 안되죠.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이 정권을 줬으면 국민의 미래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한 가닥씩은 해결할 것은 했어야 합니다.
▼ 지 -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을 친북적이라고 얘기하거나, 그것이 북한에 대한 무장해제라고 생각하거나, 시기상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십니까?
▲ 조 - 그게 바로 반공주의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논리 아닌 논리입니다. 그들을 탓할게 아니고, 국가보안법 없애고 형법을 강화하면 그들도 달라지는 것 아닙니까? 왜 그들이 먼저 해야만 우리가 한다고 말합니까? 그건 화해와 협력의 정신이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우리의 적은 자꾸 북한이라고 말하는데, 6.15 공동선언을 통해서 그들은 적이 아니고, 서로 대화해야 될 상대라는 걸 만천하에 공언을 했어요.
형법을 강화하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고, 그 어떤 나라의 어떤 자들이든지 우리의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자들은 다 우리의 적입니다. 왜 적의 개념을 자꾸 북쪽으로만 제한하느냐는 말이죠.
▼ 지 - 예전에 고종석 선생께서 한국일보의 ‘환멸을 견디는 법’이라는 사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 의원의 행보에 대한 환멸을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과 전여옥 대변인에 기대서야 겨우 다독일 수 있다’고 표현했는데요. 그만큼 상대적인 차이일 뿐, 개혁이나 진보에 있어서 결정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들도 있는데요. 진보진영에서는 파병이나 노동 문제 등을 들어서 비판을 많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 조 - 우리가 하나의 사물에 대해서, 하나의 정권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평가를 해야지, 사안 하나 하나만 갖다놓고 전체를 말하는 것처럼 하면 그 자체가 왜곡이죠. 이라크의 파병의 경우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정책결정권자가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월남 파병과 이라크 파병이 다릅니다. 월남 파병은 바로 전투병이 가서 민족이 독립자주를 하고 싶어 하는, 해방을 하고 싶어 하는 딴 나라 국민들을 쏴 죽였어요. 그건 범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라크는 전투병이 아니예요. 재건건설부대 아닙니까? 여기에서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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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봐야 하고, 한 국가를 이끌어가는 대통령과 정권이 국제관계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어느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이해해야 되는 것이지, 단순히 파병 하나만 가지고……. 파병 옳지 않아요. 다 압니다. 하지만 피치 못하는 정치적 부분을 이해해야 지식인의 판단이지, 그걸 단순논리로 이야기를 해서 실망했다든가 이런 식으로 매도를 하면 그건 논리가 아니예요.
▼ 지 - 이라크 무장세력들이 자이툰 부대에 대해서 테러 위협을 가하고 있구요. 만약 테러가 발생한다면 상황이 매우 급변할 것 같은데요.
▲ 조 - 테러 위협을 저쪽에서 했죠. 이라크 문제는 미국의 진보적인 학자로서 세계의 신뢰를 받고 있는 촘스키가 다 이야기 해놓았습니다. 잘못된 침공이었고, 빨리 미국은 이라크에서 물러나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지금 이라크에서 상상 이상의 저항을 줄기차게 하는데, 미국은 단순하게 후세인만 몰아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안되는 것이 바로 종교, 이슬람교로 뭉쳐 있는 이랍권의 존재 이유 때문입니다.
그것을 미국이 간과한 것이고, 그들은 후세인 정권을 넘어서서 자기네 이슬람 율법으로 뭉쳐있는 그 사람들의 자존심이 짓밟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항하는 겁니다. 그들이 자기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이툰 부대도 테러하겠다고 공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이성이 있습니다. 총을 들고 싸우지 않는, 건설하기 위해서 가 있는 부대를 무작정 테러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들의 이성을 믿고, 우리 군인들이 가서 성실하게 이라크 건설에 노력을 해주면 그들도 그 성실성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건설부대를 그들이 테러하게 되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써야 하는데, 그들이 그렇게 어리석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도 작전이 있고, 국제 사회를 향해서 자기네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인정받아야 하는데, 함부로 막 하겠습니까?
▼ 지 -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외국 순방을 하고 돌아오면서 아르빌을 전격 방문했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 않았습니까?
▲ 조 - 저는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절대 절명한 사명은 국가와 국민의 안정과 생명을 지키고, 수호해야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라크 파병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젊은이들이 가 있습니다. 매일 매일 불안에 떨고 있고, 혹독한 더위 속에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그 곳을 방문하는 것은 용기고, 결단이고, 국민전체를 향해서 국민의 생명에 대해서 최소한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예요.
그 병사들이 뭐라고 했습니까? ‘대통령을 만난 것이 로또 복권 일등 당첨된 것보다 더 좋다’고 했는데, 그 얼마나 감동적인 표현입니까? 잘한 거죠. 대통령은 그렇게 정치해야합니다. 그걸 헐뜯고 싶은 쪽에서는 ‘정치쇼’라고 비하할 수 있겠죠. 어차피 인생은 쇼예요. 쇼인데, 그것이 건강하고 건전한 쇼냐, 거짓되고 나쁜 쇼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 지 - 탄핵 직후 서울신문에 “역사를 뒤엎은 다수의 폭거”라는 제목의 글을 쓰셨는데요.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 조 - 있을 수 없는 거죠.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다. 국민 전체의 뜻을 모아서 공명한 선거를 했습니다. 그래서 뽑은 대통령이예요. 임기가 보장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통령은 탄핵을 받을 만큼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두 번째, 탄핵의 문제가 나왔을 때 국민 여론조사에서 70%가 탄핵을 반대했습니다. 국회는 뭡니까?
국민의 뜻에 의해 뽑힌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국민의 뜻을 저버렸어요. 그래서 결국은 탄핵이 무효화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국회의원들이 저지른 횡포에 대해서 분노하는 겁니다. 국가발전을 6개월 이상 정체시켜 버렸어요. 이 죄 적지 않죠. 그렇죠?
▼ 지 -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이 드라마화 될 계획은 없습니까?
▲ 조 - 지금 한강은 어느 방송국에서 할려고 준비하고 있고, 아리랑은 2005년이 광복 60주년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방송국에서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지 - 언제쯤 방영됩니까?
▲ 조 - 지금 준비하고 있으니까 몇 개월 걸리겠죠. 워낙 긴 이야기니까.
▼ 지 - 태백산맥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굉장히 협박을 많이 받으셨다고 하던데요. 아무래도 드라마는 훨씬 더 파괴력이 큰 매체를 통해 보여지기 때문에.
▲ 조 - 태백산맥이 아니고, 한강과 아리랑이니까 상관없죠. 태백산맥이라면 또 문제가 되겠지만, 한강과 아리랑은 전혀 문제가 된 일이 없으니까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되겠죠.
▼ 지 - 삼일절에 성조기를 흔들면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집회를 여는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계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조 - 그거 괜찮아요. 자유민주국가는 다양성의 사회기 때문에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다만 그것이 우리 사회성원으로서. 민족 공동체를 엮어나가는 성원들로서 얼만큼 국익에 도움이 되고, 민족의 삶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판단만 있으면 되는 것이고, 발언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되요.
▼ 지 - 지금 우리 역사가 굴절되고 왜곡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 문제도 있을텐데요. “한강을 쓰면서 나는 백낙준, 김활란 등 실명을 거론했다.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 각오로 쓴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과거사 청산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조 - 친일파 청산은 반드시 해야죠. 너무 늦었지만 해야하구요. 우리 사회의 양심과 도덕과 사회질서가 제대로 서지 않고 붕괴상태에 가버렸던 것은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역사적으로 엄연히 잘못한 자들이 벌을 받아야 되는데, 오히려 그들이 새로운 나라의 기득권 세력이 되어서 이 나라를 이끌어왔으니 시쳇말로 한탕주의, 앞으로 나서는 놈만 병신, 양심을 가진 놈만 바보, 그런 식의 반사회적이고, 비인간적인 가치관이 횡행했잖아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여론 조사를 하면 빽, 배경, 부모 혜택 이런 것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고 70%가 대답하는 걸 보고, 참혹함을 느낍니다. 개인의 능력이 중시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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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하는 게 민주사회인데, 젊은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썩고, 병들고, 편법으로만 운영되어 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닙니까?
바로 그것이 친일파 문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회의 기본이 되고, 민족의 미래가 올바르게 갈려면 친일파 청산은 반드시 해야죠. 그런데 지금 하자는 게 반민특위 때처럼 처벌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죄과를 제대로 기록하자고 하는 것뿐인데도 이렇게 극렬한 반대를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일종의 민족반역행위입니다. 그 사람들 자숙해야 해요.
▼ 지 - 개혁은 비정상적으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 몫을 찾아주는 일이기도 할텐데요. 그러다보면 극렬한 저항이 따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때로는 그 중에서 대화가 가능한 보수들과 타협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해 원칙주의자들은 반대를 하기도 하구요.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 조 - 지금 친일파 청산 문제를 놓고 보면 자식들까지도 단죄가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 적 한 번도 없어요. 그 실례가 박근혜 대표가 지금 한 당의 대표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신기남 의원이 열린우리당 의장을 그만두게 된 이유는 자기 아버지가 친일을 했는데, 그것을 알면서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단 말이죠. 그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진 것 뿐이예요.
이미경 의원은 아버지가 그렇게 했다고 시인했어요. 그대로 문광위원 잘하고 있어요. 우리는 반공법, 국가보안법 때문에, 아버지가 좌익이라는 것 때문에 그 아들까지 연좌제로 평생을 망쳐버린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연좌제의 횡포와 비인간성을 경험했기 때문에 친일파 문제가지고 자식들까지 욕보이자는 거 절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대목을 칼럼으로도 썼습니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그런데 그 자식들은 자기들이 행동하는데 ‘챙피하다, 망신이다’라는 이유 때문에 반대를 극렬히 하는데, 그것은 정말 역사의 반역입니다. 자기 아버지가 그런 걸 시인함으로서 오히려 사회적으로 용서받을 수 있어요. 그게 용기예요. 당당하게 잘못했다고 하면 되는 것이지, 사죄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직장에서 내보내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과대하게 확대해석을 해서 사회가 만들지도 않은 이야기를 풀어내가지고, 국민들은 오도해나가느냐는 말이죠. 그건 안되죠.
▼ 지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조 - 참여정부가 너무 운동권 세력을 중심으로 짜여져서 잘못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2년 동안 해오면서 잘한 것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전하고, 건강한 보수가 이 땅에 분명히 존재합니다.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앞으로 남은 3년 임기동안 그 사람들을 넓게 포용해서 더 큰 정치를 해나가기를 바라고, 그런 측면에서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임명한 것은 잘했다고 봅니다.
그 사람 외국유학도 했고, 실력도 제대로 갖춘 사람이고, 능력 있습니다. 그러한 건강한 보수들을 끌어안고, 함께 나라를 이끌어가는 게 대통령의 임무예요. 대통령 당선되었을 때는 진보세력이 당선시켜줬을지는 몰라도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예요. 반대했던 사람들까지 다 국민입니다. 포용해야죠.
▼ 지 - 예전 ‘말’지 인터뷰에선가 ‘상표보다 내실을 더 중시해야 한다’라고 하신 것과 통하는 말 같은데요. 박태준 회장을 높이 평가한 것에 대해 어떤 분이 ‘말지와 태백산맥을 쓰레기통에 버린 이유’라는 글로 반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행동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 조 - 사물의 판단을 포괄적으로, 총체적으로 해야 하는데, 단선적으로 편파적으로 하는 이분법적인 논리가 횡행해온 것이 지난 100년간의 교육입니다. 그것도 우리 사회가 군부독재를 겪다 보니까 사람들이 강파르게 일면만 보는 부분이 있는데, 그래서는 우리 사회 전체를 보기 어렵죠.
박태준 포스코 명예 회장 같은 분들은 우리 현대사에서 보기 드물게 양심적이고, 도덕적이고,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진심으로 고민하는 분입니다. 그런 분들을 제대로 평가해야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겠죠. 내 작품을 쓰레기통에 넣었다는 글 봤어요. 그러나 그 사람들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해서는, 극단적으로 국민을 핍박하면서 독재를 해왔던 그런 세력과 뭐가 달라요? 그래서는 안되죠.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 지 - 모든 작가들에게 자기 책이라는 건 자식의 의미가 있을텐데요. 선생님께서는 훨씬 더 절실하실 것 같습니다. ‘글감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인 만큼 그 책이 그런 대접을 받았을 때 고통스러우셨을 것 같은데요.
▲ 조 - 제가 고발당하기 전에 86년, 7년경부터 온갖 공갈, 협박을 받았어요. 심야에 ‘죽인다, 집 폭파시킨다’는 등의 공갈 협박을 당해오다가 94년도에 고발까지 당했는데요. 그러한 고통은 분단시대의 작가로서 어쩔 수 없이, 피치 못하게 겪어야 하는 아픔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고통이 없이 어떻게 반공주의 일변도로 된 사회 속에서 통일에 기여하는 작품을 쓸 수가 있겠어요?
ⓒ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 지 - 소설을 구상하시고, 집필을 하러 들어가실 때 ‘감옥에 들어가는 것처럼 고통스럽다’고 표현하셨는데요. 선생님에게 있어 문학은 어떤 의미라고 말씀하실 수 있으신가요?
▲ 조 - 인간이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문학이 기여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고, 참된 문학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역사를 개혁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분단된 모순의 역사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는 작가가 그 정도의 의지력과 작가의식을 가져야만 독자에게 감동 주는 작품을 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해왔기 때문에 저에게 있어 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가장 높게, 크게 세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죠.
▼ 지 - ‘글감옥’이라는 말과 연결이 될 것 같은데요. 심적인 고통이나 여러 가지 고통을 당하면서 계속 그 엄청난 작업들을 해 오신 동력은 스스로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분이 평가하시기를 ‘3세기에 걸쳐 해낼 수 있는 일을 조정래 혼자서 해냈다’고 하기도 했는데, 박경리 선생님이 토지를 25년에 걸쳐 쓰셨고, 황석영 선생이 장길산을 16년간 쓰신 것에 비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작품을 발표해오셨는데요.
▲ 조 - 제가 마흔에 태백산맥 시작해서 아리랑 거쳐서 한강 끝내고 나니까 딱 예순이었어요. 딱 20년 걸렸습니다. 내 장년의 세월이 세권의 대하소설로 끝난 것인데, 저한테 생존의 가장 의미 있는 것, 그리고 이런 척박한 역사의 땅에서 태어나 가장 의미 있는 일,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반드시 해야되는 일 그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뭉쳐져서 그 세월을 겪고, 32권을 써내게 한 것인데요.
그래서 글 쓰는 동안 술 한 잔도 안먹고, 사회와 완전 단절하는 상태로, 강연이라든가 작품 심사도 배격하고, 글에만 매달리게 된 것인데요. 제가 만약 우리나라 같은 이런 역사의 땅에 태어나지 않고, 다른 나라에 태어났다면 그런 소설을 쓰지 않았겠죠. 쓸 거리도 없었을 것이고.
▼ 지 -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을 조정래의 한국근현대사 3부작이라고 얘기하는데요. 그 작품들을 통해 한국 역사에 대해 가장 말씀하시고 싶었던 부분은 어떤게 있으신가요?
▲ 조 - 3부작이 제목이 틀리고, 시대가 틀리고, 주인공들이 틀리니까 다 독립된 작품이죠. 이 세 작품에서 공통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세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가 친일파의 문제입니다. 친일파의 문제는 태백산맥의 첫부분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한강의 마지막까지 나와요. 친일파가 왜 나쁜가 하는 규명을 줄기차게 했습니다.
아리랑은 말할 것도 없죠. 바로 그 시대니까. 두 번째가 역사라고 하는 것이 그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는 동력은 누군가, 흔히 민중사관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바로 민중이라는 이야기를 구체적인 사실을 통해서 실체로 보여주고자 했던 겁니다. 셋째가 우리 민족적 존엄이예요. 그것을 살려낼려고 했어요.
그래서 아리랑, 태백산맥이 일본, 프랑스에 번역됐는데, 그 독후감들이 뭐냐 하면 이것은 단순히 6.25 전쟁이거나 어떤 식민지 핍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을 이해하는 총체적인 백과사전이다. 풍습, 습관, 여러 음식 등을 담고 있고, 거대 강대국들이 약소국들을 향해 저지른 인류적 범죄가 무엇인가를 읽게 된다는 평이 있었어요. 저는 그 소설들을 통해서 강대국들의 횡포를 계속 이야기했어요. 결국 우리 민족의 이야기이면서 세계성을 확보하고 있는 게 바로 그 대목이죠.
▼ 지 - ‘한강’ 작가후기에서 “우리의 현대사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분단의 강화 속에서 경제 발전을 이룩해 낸 시대’”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지금은 그걸 극복해내고, 바뀌어야 할텐데요.
▲ 조 - 그러니까 분단이 강화되어온 것은 6.15 선언 직전까지예요. 6.15 선언을 통해서 우리는 화해와 협력을 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평화통일을 하겠다고 세계를 향해서 공언을 했어요. 그러므로 그 분단강화를 풀어내야 되겠죠. 긴장을 완화시키면서 상호 믿음, 신뢰를 쌓아나가는 일을 계속해야겠죠. 그리고 분단을 강화했다는 말을 대중들이 확실하게 증거를 못잡고 있는데, 한강에서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강화했는가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죠.
그걸 보면 비로소 총풍, 세풍 사건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이 알게 되어 있어요. 적대적 상호의존관계, 서로가 서로를 욕함으로서 남쪽은 국민을 속이고, 북쪽은 인민을 속이고, 자기들 독재를 합리화시키고, 강화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분단강화죠.
▼ 지 - 북한의 강경파와 미국의 네오콘 역시 그런 적대적 공생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우린 어떤 태도를 취해야한다고 보십니까?
▲ 조 - 그 대목도 참 중요한 부분인데, 지난번에 LA에 가서 부시를 에워싸고 있는 대북강경파들이 놀랄 정도로 대통령이 발언을 했다는 말이죠. ‘북한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 우리는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풀려고 하는데, 우리 입장에 대해서 미국은 고려해야할 것이다’라고 했더니 또 보수 세력과 반공세력들이 얼마나 대통령을 많이 비난했습니까?
‘미국에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그런데 미국 대통령 부시가 의외로 뜻밖에도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6자회담을 하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런 거예요.
당당하게 할 말은 하자는 거죠. 지금 우리는 전후의 폐허 속에서 미국의 원조를 무조건 받아먹던 나라가 아닙니다. 전 세계 200여개 나라 중에서 11번째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상황이 바뀌었어요. 할 말 해야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돼요. 평화예요. 북한은 지금 경제 동결되고, 고립되어 있습니다.
자기 우호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도 개혁하면서 그들을 버렸고, 러시아는 소련 망하면서 손 못대고 있죠. 이래서 고립되어 있다는 말이죠. 이걸 풀려면 핵문제 결국은 포기할거예요. 다만 이걸 포기하면서 상대적으로 얻어야할 게 있잖아요.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인내력을 가지고 협상을 해야 할 것이고,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평화적인 해결을 하는 것에 대해 미국도 이해하고, 따라와야 하는 그런 거죠.
▼ 지 -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밀양 고교생 집단 강간사건인 것 같은데요. 가해자 부모들이 오히려 피해자 측을 협박하고, 한 경찰이 ‘밀양 망신을 다 시켰다’면서 피해자를 몰아붙여 국민들의 분노를 샀었는데요. 그게 승자가 독식해온 역사, 물신주의, 여성비하 같은 것이 압축적으로 들어있는 사건인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조 - 이번에 핸드폰 입시부정사건 그것과 함께 집단 성폭행이 10대가 저지른 사회적 범죄로 큰 충격을 주었는데, 불행한 사태이지만, 이런 걸 거울삼아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좀 더 내면적인, 정신적인 대화를 해야 합니다. 성적 일변도로 계속 몰아보니까 성적 1, 2점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식으로 교육이 잘못되다보니까 세계가 경악하는 최첨단 과학기재를 이용한 부정사건이 터지고, 또 성적제일주의로 나가다보니까 애들을 사람 취급을 안하니까 패배감, 열패감 때문에 나쁜 성폭행 저질러버린 거 아닙니까? 사람 교육부터 제대로 시켜야 하는 거죠. 기성세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사건들입니다. 더 노력해야 되요.
▼ 지 - 혹시 새 작품 계획은 없으신가요?
▲ 조 - 지금 쓰고 있어요.
▼ 지 - 어떤 내용인가요?
▲ 조 - 사회주의 몰락에 대해서. ‘왜 사회주의는 몰락했는가’? 60억 인구 중에 거의 절반인 30억 인구의 삶을 책임졌던 게 사회주의 아닙니까? 20세기 거대한 실험이 자본주의, 사회주의인데, 왜 사회주의가 몰락했는가에 대해서 역사학적인, 사회학적인 규명이 안되고 있어요. 15년이 지났는데도. 그걸 소설적으로 풀어가고 있는 거예요.
▼ 지 -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웃음)
▲ 조 - 그건 말하면 안되지. (웃음) 한마디로 그걸 어떻게 해. 소설 한권을 다 읽어야 해결이 나지, 그렇다고 내가 다 규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 지 -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 조 - 장편 소설 한권 정도인데, 내년쯤에나 책이 나오겠지.
▼ 지 - 다른 특별한 계획은 있으십니까?
▲ 조 - 글 쓰는 계획 밖에 더 있겠어요.
▼ 지 -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 조 - 지금 외국경제 전문가들이 한국을 진단할 때 ‘한국의 경제기초체력은 튼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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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가전산업, 자동차산업, 조선 산업, 거기다 IT 산업까지 하면 굉장히 튼튼하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10년 전에 가지고 있던 자신감이 많이 상실되어 있다, 자신감 회복이 시급하다’고 진단하고 있단 말이죠. 저는 2년 전에 있었던 월드컵의 의미를 굉장히 크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4강에 들었다는 의미가 아니예요. 4강 그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죠. 1등 못했으면 4강 그것 별거 아니라구요. 그때 모였던 사람들이 600만 명이예요. 그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모여서 응원을 했어요. 그런데 단 한건도 불상사가 없었습니다. 삼바축제 이삼십만 명이 모여서 하면 압사사건 등이 백건, 이백 건 나온다구요. 그런 게 하나도 없었어요.
이것은 질서의식입니다. 문화국민의 질서의식을 보여준 거예요. 그들이 그 더운데 돌아가면서 어떻게 했어요? 자기들이 버린 휴지 전부 다 청소하고 갔어요. 이건 자기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지는 문화의식의 최첨단을 보여준 겁니다. 전 세계가 놀랐어요. 많이 모인 것도 놀랍지만, 그들이 보여준 질서의식, 국민이 보여준 응집력, 자발성, 그리고 높은 민주사회 질서의식, 고도의 문화적 자존심 이것을 한꺼번에 다 보여준 거예요.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90%가 20대의 피 끓는 젊은이들이었어요. 그들이 그렇게 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이 가지고 있는 건강성을 입증하는 거예요. 그런 순발력 참 대단한 힘이예요. 그런 것들이 뭉쳐지면 우리에게 이만불대로 가는 제2의 경제도약이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 자신감을 회복하고,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정신을 갖자고 하는 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대죠.
▼ 지 -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나 조언 같은 것은 해주실 게 있으신가요?
▲ 조 - 참여정부가 조급성을 버려야 돼요. 그리고 이 정권이 구상했던 것을 모두 다 이루려고 하는 과욕을 버려 야해요. 지금 전반기에서 시행착오 할 만큼 했고, 검증받을 만큼 받았어요. 2005년부터는 그걸 토대로 해서 보다 더 실질적으로 나라살림을 책임 맡아서 할 수 있는 시기가 됐으니까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 있게 나라 전체의 살림살이를 이끌어나가도록 자세 조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잘 해나가리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