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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다음 카페에 기타연주 장면을 올린 뒤 광고까지 출연한 조래은양. (아래) 가요 립싱크 동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정호성씨. |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자기 과시와 노출을 즐기는 시대, ‘UCC(User Created Contents)’는 그 중심에 있다. UCC는 말뜻 그대로 사용자가 손수 제작한 콘텐츠를 말하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UCC는 주로 동영상이다.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 편집 프로그램의 보급으로 누구나 쉽게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할 수 있게 되면서,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의 ‘1인미디어들’은 텍스트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인터넷 업계는 물론 공중파 방송국, 심지어 정치권까지 동영상 UCC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UCC에서는 나도 스타
‘UCC 세상’에선 버릴 것이 없다. 갈고 닦은 연주실력도 자랑할 수 있고, 나만 아는 다이어트 비법, 요리법을 소개할 수도 있다. 길거리와 노래방, 교실, 심지어 야근 중인 사무실에서 맘껏 노는 모습이라도 사람들의 공감만 얻을 수 있다면 ‘좋은 콘텐츠’ 대접을 받는다. 다음의 UCC 사이트 ‘TV팟’에는 ‘어깨 길이의 머리를 예쁘게 묶는 세 가지 방법’이 인기동영상으로 올라와 있다. 제목 그대로 머리를 묶는 방법을 알려준다. 글로 설명하긴 애매하고 공중파 TV에서 보여주기도 어려운 소재지만 인터넷에는 꽤 유용한 정보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동영상 UCC 전문 사이트 ‘판도라 TV’에는 고3 남학생 3명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고3의 발악’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인기다. 화면도 흔들리고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까지 그대로 들리는 등 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고3을 보내고 있거나 경험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유명 가요를 코믹하게 립싱크한 정호성씨(23)의 동영상도 후속작을 탄생시킬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UCC를 통해 이미 스타도 탄생했다. 11살 때부터 기타를 연습해 온 조래은양(16)은 기타 관련 카페에 자신의 기타연주 동영상을 올렸다가 화제가 됐다. 조양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동영상 UCC 광고에도 모델로 출연했다. 왕의 남자, 괴물 등 영화 OST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한 양승구군(18) 역시 ‘OST치는 남자’로 유명해졌다. 미국 동영상 UCC 사이트 ‘유투브’에 기타연주 동영상을 올린 임정현씨(23)는 뉴욕타임스의 극찬을 받으며 화제가 되었고, 그가 연주한 캐논변주곡은 기아자동차의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있다.
UCC 사용자들은 프로와는 다른 시각과 참신한 소재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며 기발한 아마추어리즘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UCC를 잡아라
동영상 UCC가 높은 관심을 끌면서 국내외 기업들도 UCC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구글은 ‘유투브’를 16억5천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유투브를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 포털 사이트들도 검색 기능에 동영상 검색기능을 추가하고 ‘TV 팟(다음)’, ‘네이버 플레이(네이버)’, ‘야미(야후)’ 등 동영상 UCC 사이트를 열었다. 싸이월드도 동영상 업로드 기능을 추가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정지은 팀장은 “95년 인터넷 초창기에는 메일과 카페, 2000년대 초반에는 미니홈피와 블로그가 인터넷의 대세였다면 지금은 UCC가 업계의 메가 트렌드”라며 “모든 사이트들이 동영상 UCC 이용자들과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i는 지난달 27일 자사 사이트내에 동영상 UCC 채널인 ‘핫콘(Hot Con)’을 열었다. 핫콘에는 촬영장 스케치, 화제의 장면, 가상 결말, 패러디 영상 등 SBS에서 방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 관련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 SBSi는 이를 위해 7월부터 50여명의 활동인단(Icon)을 모집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SBSi 김민정 과장은 “방송국이 대중들의 빠른 트렌드에 부응하기는 힘든 점이 있다”며 “동영상 UCC의 활용을 통해 더욱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는 드라마 ‘서동요’ 방영때 누리꾼이 올린 ‘서동생활백서’로 인기를 끌었듯, 동영상 UCC 활용을 위해 시청률 상승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사이트 오픈 2년 만에 일평균 방문자수 85만명, 1천8백만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는 동영상 UCC 전문 사이트 ‘판도라 TV’는 다음달 ‘월드와이드’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외국의 사용자들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해당국 언어를 지원한다. 김경익 사장은 “무한대의 동시접속이 가능하도록 기술적인 부분을 해결했다”고 밝히고, “동영상 콘텐츠만큼은 대한민국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동영상 UCC의 활용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판도라 TV에 ‘희망채널’을 열어 청와대의 활동상황을 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포털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몇몇 국회의원들도 동영상 UCC 이용문제를 협의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선거전’으로 불렸던 2002년 대선에 이어 2007년 대선에서는 동영상 UCC가 새로운 변수로 주목된다.
◇수익은 누가 어떻게, 저작권 책임도 문제
동영상 UCC는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수익모델 개발 속도는 아직 더디다. 현재 동영상 UCC를 통한 수익은 동영상 앞뒤로 붙는 광고와 사이트 광고로 인한 수익 정도다. 기업들은 수익의 일부를 사용자와 함께 나누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에 광고를 연계하고 이를 통해 도토리를 얻을 수 있는 ‘해피클릭’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고, 판도라 TV도 동영상 클릭수가 늘어날 때마다 마일리지인 ‘큐피’를 적립해 쌓이면 무료 영화를 볼 수 있고 쇼핑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판도라 TV 김경익 사장은 “웹 2.0시대에는 콘텐츠와 수익을 사용자와 함께 나누는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 해결은 더 어렵다. 지난달에는 공중파 방송 3사가 동영상 UCC 사이트에 대해 방송사의 프로그램 게시를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사이트들은 각자 필터링을 통해 저작권에 위배되는 동영상을 걸러내고 있지만, 사실상 완벽한 제재는 불가능하다. 미국, 일본 등의 인기 드라마들은 자막서비스까지 된 동영상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도다. 프로그램 전체를 방영하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일부 장면을 캡처하거나 편집하는 것은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웹서비스기획자 박모씨(27)는 “저작권은 아직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지만, 만일 문제가 불거지면 UCC로 돈을 버는 사이트들은 빠지고, 책임은 사용자들만 지게 된다”며 “아직까지 사이트와 사용자들 간의 약관은 노예계약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장은교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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