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나 멀어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지구상에서 ‘멀어진다’고 하면 그건 공간적인 거리감이다.
그런데, 마치, 시간 없이 공간은 존재할 수 없음을 깨우쳐 주기라도 하듯이,
[별의 목소리]에서 노보루와 나가미네는 6개월, 1년, 8년 하는 식으로 멀어진다.
노보루는 나가미네를 만나러 가기로 마음먹지만,
광속으로 멀어져 가는 8년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반대로 나가미네가 돌아온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순간에 8년이 멀어졌듯이, 지구상에서 아직 그 8년이 흐르기 전에 돌아와 준다면.
그러나 노보루는 나가미네에게 돌아오라고 말하지 않고,
나가미네는 노보루에게 따라오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면서 그냥 나아갈 뿐.
6개월, 1년, 8년이 걸려 날아온 무선 메일로 가냘픈 유대감을 이어가면서.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사는 고교 동창을
선뜻 만나려 들지 않는 건 15년만큼의 거리감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그런데 실제로 15년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면
사실은 더 간절히 만나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런데 나가미네는 왜 우주 행을 거부하지 않았을까?
정해진 길을 거역하기 어려워서?
선발에 응하는 것이 ‘지구인’의 도리라서?
(물론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나가미네는 왜 자신이 하는 일을 의심하지 않을까?
우주병사로서, 무엇을 찾는지도 모르고 왜 공격받는지도 모른다.
그냥 공격해 오니 싸우고, 싸우다 보면 무언가 알아낼 것을 기대할 뿐이다.
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지,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묻지 않는다. 나가미네의 친구 히사는
“인간이 그들을 이해하는 것보다 그들이 인간을 이해하는 편이 더 빠를지도 몰라……”
라고 하지만, 그런 생각은 다른 등장인물들과 공유되지 않는다.
[별의 목소리]의 등장인물들은 그리움과 두려움을 알지만
거기서 멈추고 만다. 한 발짝만 더 나가면
의심, 고민, 저항, 설득, 반론... 등등이 이어질 텐데.

원작인 애니메이션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별의 목소리 - 단편
신카이 마코토 원작(애니메이션) 사하라 미즈 지음(만화) 이은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정가 : 5,000원 | 출간일 : 2005-08-15 | ISBN : 8952898117 | 232쪽 | 223*152mm(A5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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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04-1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애니메이션으로 봤는데 짧은 작품을 보면서도 생각이 상당히 복잡해 지더라구요. 애니메이션 보셔도 후회없을 겁니다. 강추.

숨은아이 2006-04-1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님/볼 기회를 만들어야 할 텐데 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