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남부 지방에서는 새 집을 지어 이사한 날 저녁에 마을 사람들과 일가붙이들을 불러다
큰 잔치를 베풀어 집들이를 했는데, 농악대가 합세하여 흥을 돋웠다고 한다.
마루나 마당에서 한바탕 농악을 치고 나서 상쇠가 덕담을 늘어놓기를
‘마루 구석도 네 구석, 방구석도 네 구석, 정지 구석도 네 구석,
삼사십이 열두 구석 좌우 잡신 맞아다 맞아들이세’ 했다고 한다.
다른 곳은 다 놔두고 구석에 먼저 관심을 나타내는 그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비록 귀신의 거처로서의 구석이라고 해도 말이다. 정지는 부엌이다.
-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56쪽
구석에 먼저 관심 보이는 것도 그렇지만, 집안에 먼저 귀신을 “맞아들인다”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사람이 홀로 사는 게 아니라, 자연과 하늘의 기운을 맞아들여 같이 사는 풍습.
전에 듣기로 ‘농악’이란 말은 일본 학자들이 ‘농사꾼만의 음악’으로 한정지어 붙인 이름인데, 농악은 음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공동체 놀이’이므로 농악이라 하지 말고 ‘풍물’이라 하는 것이 좋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