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조선인 > 어머니 생각이 나서 끄적

울 어머니 평생 달고 다니시던 속담이 몇 가지 있습니다.

"노는 입에 염불한다."
당신이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건 아니구요, 오히려 나중에는 천주교로 개종했지만,
평생 바지런히 사셨던 당신의 삶을 대표하는 속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 좀 쉬시라고 말씀드려도 "노느니 염불하지"하며 방이라도 훔쳐야 성에 차했던 어머니.
그리 바삐 사시느라 가는 길도 바빴나 싶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어머니께서 늘 제게 신신당부하던 말씀도 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
본래 뜻은 말조심을 당부하는 것이지만, 어머니 쓰임새는 조금 달랐습니다.
함부로 한숨 쉬지 말고, 힘들어 죽겠다는 소리 하지 말고, 망했다고 주저앉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 구멍은 있다"는 것처럼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라는 거였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가 낙천적인 사람이 된 가장 큰 힘은 어머니의 이 타이름 덕분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속담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역시 어머니 하시던 말씀이라 써봅니다.
"밭을 갈아야 농부다"
평생 한량에 가까웠던 아버지는 자식농사도 뒷전이었고, 어머니는 그게 큰 한이었고 원망이었습니다.
자식 앞에서는 아버지 체면을 세워주면서도
뒤돌아서서는"씨 뿌린다고 농부인가"라며 삐죽대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결혼해 애 낳고 살아보니 이 말씀이 또 명언이더라구요.
낳기만 한다고 부모가 아니고, 기르면서 배워야 부모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요새 부쩍 어머니가 더 그립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