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김모 사무관의 말을 듣고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6.01.09

 

어제 케이비에스 [시사파일4321]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그 중 한 꼭지는 공업고등학교 실습생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고, 교육부, 노동부, 학교 모두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실습생 또는 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법의 전면 적용을 피해 보려는 기업들이 있었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교육부 등은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다 ?

내가 생각하기엔 어떤 도움도 되려는 생각 자체가 없었지 않았나 싶다.

그 중 인터뷰 대상이었던 노동부 김모 사무관의 말을 들어 보자. 그는 실습생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노동부 그것도 노동부 본부에서 근무하는 사무관이 그런 발언을 하다니....아니다. 어쩌면 그는 지금 그 방송 내용에 대해 억울해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노동법에 대해 조금만 더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면 - 아니 당연히 있어야 한다 - 난, 노동부 중앙본부에 근무하는 5급 간부가 그 따위 말만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그는 덧붙이는 말을 했을 것이다. 다만, 그렇지만...등등의 단서를 붙여 부연 설명을 했을 것이다. 난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게 믿지 않는다면 노동부에는 정말 '노동자'는 없다는 말이 사실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데,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 

실습 또는 연수라면 말 그대로 배우는 과정이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나 실기 실력을 기업에서 실제로 적용해 보는 것이다. 그것이라면 말 그대로 실습 또는 연수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럴까 ? 실제로는 정식으로 채용되어 일하는 노동자와 하는 일이 같다. 그럼에도 그들은 연수 또는 실습이라는 것 때문에, 즉 김모 사무관의 말대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기로 약속받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고 실습 또는 연수 계약서에 그렇게 쓰여 있기 때문에, 방송 내용과 같은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그리고 어쩌면 김모 사무관이 덧붙였을 수도 있는 다음 판례를 보자.

대법원 2005.11.10. 2005다50034 판결은, 산업기술연수사증을 발급 받은 외국인이 정부가 실시하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제도의 국내 대상 업체에 산업기술연수생으로 배정되어 대상 업체와 사이에 연수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계약의 내용이 단순히 산업기술의 연수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대상 업체가 지시하는 바에 따라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액의 금품을 지급 받으며 더욱이 소정시간 외의 근무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시간외노동수당을 지급 받기로 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당해 외국인이 대상 업체의 사업장에서 실질적으로 대상 업체의 지시ㆍ감독을 받으면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수당 명목의 금품을 수령하여 왔다면 그 외국인도 근기법의 노동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했다 - 이 판결의 취지는 수없이 반복되었다. 다만 최근 판결이라 이곳에 옮겨온 것 뿐이다.

그리고 이 판결의 취지와 같은 이유로 취업연수라는 명목 아래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취업연수생 역시 노동자라고 할 것이며, 따라서 근기법, 최저임금법 등이 모두 적용된다고 볼 것이다 - 이러한 견해에 이견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김모 사무관의 인터뷰 내용만을 보면, 마치 실습 또는 연수생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적용에서 예외가 되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어쩌면 김모 사무관이 위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을 지도 모른다. 만약 하지 않았다면 그는 노동법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인터뷰를 한 생각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해당 프로그램의 피디는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받아서 김모 사무관의 말에 대해 되쳤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냥 그렇게 넘어가면 프로그램을 마쳤다. 

결국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그 무엇보다 우선된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긴다. 그것을 없애지 않고서는 이렇게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는 말은 이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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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6-01-24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9일에 쓴 것을 퍼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