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보고 28살이라는 현직 경찰관이 폭력시위에 대한 내 의견을 물었다. 경찰을 질타한 내 글이 내심 못마땅했나 보다. 댓글을 달던 중에 그는 자기 글을 지워버렸다. 난 이미 다른 글에서 내 의견을 개인적 경험을 곁들여 수차례 말한 것 같은데, 아마 그는 내 글을 다 읽지 못한 것 같다. 난 그가 폭력시위라는 눈에 드러나는 현상만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그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말에도 귀를 기울려 주길 바란다.
지난 달 농민시위와 관련해서 경찰이 보여준 모습은 신뢰를 주지 못했다. 경찰은 사실을 부정하거나 일부 왜곡하거나 하다가 끝에 가서 시인했다. 신뢰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쌓인다. 경찰이 그 동안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런 모습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리고 이미 지적하였다시피 시위는 헌법적 기본권이므로 그것을 제한하려는 법과 제도부터 우선 손질해야 하는데, 경찰도 그 손질에 적극 나서야 할 당사자다. 그 법률 개정에 적극 참여 한 당사자인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중 경찰의 자의적 개입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권력은 기본적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그 폭력은 함부로 사용될 폭력이 아니다. 그 폭력을 행사할 권한을 준 것이 사회 구성원임에도 그 폭력의 대상이 또한 사회 구성원일 수 있고, 그 폭력이 통제되지 못할 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서 엄격하게 제한되어야만 한다. 공권력의 구성원들은 그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개개 구성원에 의해 거부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이 공권력 행사의 엄격함을 지적하며 사과성명을 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 전경과 의경의 부모들이 폭력시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한다고 해서 화제다.
부모로서 자식들이 고된 훈련(그것이 어떤 훈련이든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과 열악한 근무조건(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등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할 만하다.
그렇지만 그 모든 책임을 시위대에게만으로 돌려서 문제가 해결될 것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난 '전의경부모의 모임(cafe.daum.net/ParentsPolice)' 운영자가 "폭도들로부터 시달리고 고생하면서도 살인마 소리까지 들은 우리의 아들들, 전의경들의 사기를 돋우어주자"고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또 다른 모임인 '전의경우리고운아들들(cafe.daum.net/arbang1003)' 운영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농민들이 숨진 것은 안타깝지만 그 책임은 경찰이 아닌 국회를 비롯한 위정자들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난 그 말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경과 의경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가진 자들이 방패막이로 써먹으려고 하는 현실을 깨지 않는 한, 당장은 폭력시위가 줄어든다 한들 전경과 의경은 언젠가를 위해 전경과 의경은 시위진압 특수 기동대에 편입될 것이고, 또 시위 진압 훈련을 받게 될 것이다. 매우 많은 사람들은 정치인을 비롯한 위정자들 때문에 수 없이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그자들이 지금 그자리에 있게 된다면 또 다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위정자들이 큰소리치고 젊은이들을 방패막이로 삼도록 만든 사람들은 누구인가 ? 바로 나요, 우리다.
그래서 난, 전경과 의경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이 "이제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나서기를 바란다. 정치인을 비롯한 위정자들의 방패막이가 아니라고 선언하기를 바란다. 시위대는 적이 아니며 그들의 권리 주장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임무이고 그것은 직업 경찰이 할 일이지, 군복무를 핑계로 시위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것도 생존을 위한 행동일 뿐이라고 애써 자위하거나 때로는 그에 적극 가담하는 것이 마땅한 임무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전경과 의경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기 바란다. 또한 위정자들이 판치도록 만든 나, 그리고 우리도 반성해야 함을 강조하길 바란다.
또 다시 시위 현장에서 누가 먼저 폭력을 행사했느냐 누가 더 큰 피해를 입었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서는, 저 뒤에 숨은 위정자들의 잘못과 그들을 대신할 대안에 대한 논의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에 반복한 논쟁, 그러나 또 다시 반복될 논쟁만을 이번에 다시 한번 해보고 말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위와 같이 말하는 것이다(책임마저 따지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사족이니 더 말하지 않겠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 전경은 국방부로 보내고, 의경은 당장은 경찰 업무 보조자로 활용하다가 폐지해야 한다. 당장은 그 비용에 해당하는 만큼 직업경찰로 대체하면 될 것이다(실제로 대부분의 시위는 불필요하게 많은 경력이 동원된다). 나아가 집회나 시위에 대한 경찰의 자의적 개입을 막도록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사전통제 위주의 대처는 충돌을 낳기 마련이다. 그 간의 경험이 그렇다. 1001,1002,1003을 보면 나도 모르게 내 몸과 생각에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그런데 상대방이 사전통제 위주의 훈련과 문책을 동반한 대처방법밖에 없이 그 자리에 나타난다면 충돌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시위는 미리부터 진압을 예정하지 말고 보호를 원칙으로 하되, 사후 통제 방법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이미 경찰은 형사처벌 등 사후 통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폭력경찰이라는 말을 경찰도 그토록 듣기 싫은 만큼 마찬가지로 폭력시위라는 말도 시위대는 정말 듣기 싫을 것이다. 감정적 대응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는 시점에 또 다시 감정적 대응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