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즘과 젠더 - 비판총서 3
우에노 치즈코 지음 | 이선이 옮김 / 박종철출판사 / 1999년 12월
구판절판


이 ‘과거의 잔재’, 즉 좀처럼 불식되지 않는 ‘유산’은 종종 ‘전통’이나 ‘민족성’이라는 말로 불리며, 그리하여 비역사적인 것으로 바뀌어 버린다. ‘전통’이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매직 카테고리, 카테고리의 블랙박스로서 ‘발명’된 것이다.-7쪽쪽

앤더슨의 용어를 빌리면 ‘국민 국가’는 균질적인 ‘국민’ 창출을 통해 ‘환상의 공동성’을 만들어 내며 그렇게 만들어진 ‘집단 정체성’은 ‘문화’나 ‘민족’ 개념의 핵심이다. 이 미완의 ‘국민화’ 프로젝트로부터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13쪽쪽

우연히 ‘인권 선언’으로 번역되고 있는 프랑스 혁명의 ‘인권 선언 l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은 글자 그대로 ‘남자 homme’ 및 ‘시민 citoyen’의 권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남자’와 ‘시민’에는 여성과 노동자가 배제되었다. 그러한 권리를 누리려면 ‘문명화 civiliser’된 ‘공민(公民)’의 자격이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인권’은 항상 어디까지가 ‘인간’의 범위인가라는 ‘경계의 정의’를 수반한다. (중략) 그리고 ‘경계의 재정의’를 둘러싸고 언제나 ‘2류 시민’들 사이에서는 누가 먼저 ‘문명화’되어야 하는가를 둘러싼 경쟁이 있다. -18-19쪽쪽

카테고리가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는 배타성을 지난 곳에서는 이러한 억압이 반드시 생겨난다. 그리고 ‘국민’이란 그러한 ‘배타적’인 카테고리의 전형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배타성을 더욱 가시화시킨 것이 전쟁이다. ‘국민’은 반드시 한 ‘국가’에 배타적으로 귀속할 것을 강요당한다. 이중 국적자나 적도 아군도 아닌,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는 인정받지 못한다.-91쪽쪽

성별 불문 전략은 언뜻 평등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생산과 전투를 짊어진 여성들은 ‘공적 영역’이 남성성을 기준으로 정의되어 있는 한 ‘이류 노동력’, ‘이류 전사’가 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93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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