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들을 생각하며...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11.02

 

전남 순천에 있는 현대하이스코에서 일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그들은 이미 해고되었다. 해고 이유는 단 하나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을 딱 펴들면 노동자는 노동3권을 갖는다고 적혀있다(제33조 제1항).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가들 맘이니, 내가 노조 보기 싫어서 회사 하기 싫다는 데 어쩔 거야 하고 폐업해버리면 그만이다. 그것이 노동3권을 짓밟기 위한 것이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그가 다른 곳에서 회사를 또 차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노동조합을 없애버리기 위해서 폐업하고는 다른 곳에 가서 회사를 차리는 것. 이것을 위장폐업이라고 한다. 자본가는 자본 축적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뛴다. 그러니 노동조합 만들자 폐업하면 그것은 거의 위장폐업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위장폐업 중에서도 더 악질적인 것이 바로 하청업체의 위장폐업이다. 도급으로 하청회사와 계약을 하지만, 그 도급은 위장도급이다. 일의 완성 과정에서 도급인이 시시콜콜 감놔라 배놔라 해서는 안되고 일의 완성을 기다려 대가를 지급하면 되는 것이 도급이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원청회사 노동자에게는 감놔라 배놔라 하면서 하청회사 노동자한테는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 그것은 웃기는 소리다. 직접 하지 않는다고 ? 아하 ! 그렇구나. 회사가 어떤 경영방침을 정해두고 대표이사나 사장이 직접 나서서 감놔라 배놔라 하지 않고 과장이 나서서 하면 그것은 회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과장이 하는 것이다 ? 원청회사가 직접 나서서 노동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는 않고, 하청회사가 그렇게 하니 원청회사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 ? 도급이 더 많은 이윤을 주지 않는다면 도급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도급을 준다는 것은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 주기 때문인데, 그런데도 아무런 책임은 없다 ? 이윤은 더 가져갈 권리는 있되 책임은 없다 ? 

원청회사는 배째라다. 하청회사(인력공급업체가 정확할 것이다. 인력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일정비율을 챙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중간착취자라고 할 것이다)는 널리고 널렸으니, 도급 계약서 하나로 모든 책임을 피할 수 있다. 하청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면 도급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기도 전에 하청회사는 알아서 긴다. 폐업한다. 그래도 된다. 그런 하청회사야 언제든지 다시 만들 수 있으니까. 노동조합을 절대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으니 원청회사에 확실히 잘 보인 것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원청회사는 말한다.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는 하청회사니, 우리보고 뭐라 하지 말라.

현대하이스코가 딱 그렇다. 도급으로 이윤을 뽑을만큼 뽑기는 할 테지만 그들에게 이윤을 가져다주는 하청노동자의 일에는 관심없어 보인다.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테면 맘대로 하라고 한다. 아주 당당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 대법원은 하청노동자의 주장을 받아 주지 않는다. 하청회사에 취직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계약직 노동자, 하청 노동자, 그리고 소위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는 노동3권은 법전 속에 죽어 있는 글자일 뿐이다. 그들은 더 이상 말할 데가 없다. 그런 그들이 행동에 나섰다. 그들은 생존의 문제를 가지고 행동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라는 구호 속에는 하청노동자의 삶과 생존에 대한 어떤 것도 없다. 대한민국의 기본적 경제질서인 자본주의는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법도 외면한다. 소위 공권력이라는 집단은 늘 그래왔듯이 또 그렇게 할 것이다. 

저항권이라는 것이 있다. 저항권이라는 것이 국가나 사회가 더 이상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할 때, 국민이 자기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실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법원은 그 적용을 엄격히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 자체는 늘 저항권이. 그 적용은 매우 엄격하다지만, 하청노동자들은 국가로부터, 사회로부터, 적극적으로 또는 소극적으로 생존권마저 박탈당했거나 늘 그럴 위험에 처해 있다. 정부는 자본가들은 불법이라고 엄단해야 한다고 하겠지만,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 공권력과 법원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하겠지만, 그들은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이 멈추고 손실이 얼마라고 무엇이 파괴되고 폭력사태가 어쩌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만 개거품을 물지 말고 그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개거품을 물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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