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날씨만큼 우울하다..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11.01

 

그림에서인지 글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어렴풋한기억을 되살려 보면 대충 이런 얘기다.

높은 절벽이 있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자꾸 떨어져서 다치거나 죽는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안타까와하며 다치거나 죽는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 엠뷸런스를 늘리고 병원을 짓는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은 그 절벽에 사람들이 오르지 못하게 하자고 한다. 그랬더니 그러면 병원은 어쩌고 엠뷸런스는 어쩌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은 굶어죽으라는 것이냐며 항의한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들이 절벽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일을 하게 하면 되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바로 병원과 엠뷸런스를 갖고서 더 큰 병원과 더 많은 멤뷸런스를 가지려 하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오늘도 절벽에 사람들은 오르고 병원과 엠뷸런스는 오늘도 바쁘다.

지금 세상이 꼭 그렇다. 뭔가 더 근본적인 처방에 대해 오히려 저항이 강하다. 마치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물론 여전히 내일 아닌데 뭐 하며 눈 돌리는 사람도 많다. 그러면서 어제도 오늘도 똑 같은 일에 일희일비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 정규직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기도 하고, 이런 저런 법도 만들어보자고 한다. 여기에도 물론 평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지만 언론이나 어디서 한마디 주워듣고 뇌화부동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렇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원청회사가 더 배부르고 등따시게 살아가는 것이 하청노동자의 피땀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는다. 원청회사 노동자들도 그렇다. 원래 세상은 그런 것이라는 자본의 이데올로그의 말에 푹 빠져 버렸다.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에 최소한의 분노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하청노동자의 파업과 투쟁에 침묵하는 것은 자기 임금이 줄어들까 봐 ? 그 동안 자기가 받은 높은 임금에 하청노동자들의 피땀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거나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책감도 갖지 않으면서 자기 임금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다. 원청노동자들은 시간외 근무나 휴일 근무를 하지 말자. 그 시간 동안 더 일할 수 있는 노동자를 더 많이 채용하자. 그게 일자리 줄이기 위한 주40시간 제도의 원래 취지가 아니었던가 ? 함께 벌어 함께 세금내고 그 세금으로 함께 나누자. 당장 임금이 줄어 걱정스러운가 ? 그래서 그럴 수 없단 말인가 ? 정말 그렇다면 더 이상 당신과 같은 것을 요구하며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 무슨 행동을 하든 아무말 하지 마라. 떠들지 마라. 자꾸 헷갈리게 하지 말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밥은 다른 데서 먹고 옷도 다른 데서 갈아입으며 심지어 같이 흘린 땀을 씻어내는 샤워장도 다르더라. 이 말은 불행하게도 사실이다. 그가 노동자를 갈라치기 해서 더 배불리는 전술로 재미를 보고 있는 자본가들과 같은 말을 해댄다고 해서, 엄연한 사실에 대해서마저 대충 얼버무리고 눈감아서는 안된다. 자본가로부터 임금을 받고 일한다고 해서 따라서 노동자라 불리운다 해도, 다른 데서 밥을 먹고 다른 데서 옷을 갈아입고 다른 데서 샤워를 하는 이들과 또 다른 이들이 있다. 그것에 분노하고 스스로 깨쳐버리지 않는 이들을 어찌 자본의 굴레를 함께 깨쳐버릴 진짜 노동자라 할 수 있겠는가. 

정규직의 정서를 말하면서 자기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고민하는 표정을 짓은 사람들, 그 표정에 그들이 하고 있는 고민의 진정성이 담겨있기를 믿고만 싶다. 그러나 그런 표정을 지으며 다시 고민하지 않고 싶다면,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 벼랑에 오르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처럼, 같은 돈으로 사람을 갈라치기 하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된다. 나 혼자 해서 뭐 어쩌겠어 하는 생각은 버리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는 것만도 하자. 꼼꼼히 읽고 그냥 넘기지 말고 한마디 해주고, 여유가 있으면 그 여유가 무엇이든 한번 화끈하게 써보자.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침묵하거나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원청노동자들이 생각나서 끄젹거려 본다. 날씨 만큼이나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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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0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자들 간에도 계급이 있으니......
정말 우울한 이야깁니다.

숨은아이 2005-11-0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 우울! 우울! 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