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
폴 플라이쉬만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4월
평점 :
믿어도 좋을까. 공터 한구석에, 돌을 파내고 유리 조각을 골라내고, 흙을 뒤엎고 작은 씨앗을 심고, 매일 와서 보고 물을 주고, 하는 것만으로, 쓰레기산이 푸른 농장이 되고, 살벌한 빈민가가 따스한 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믿어도 좋을까. 가난한 이주 노동자의 어리고 겁 많은 자녀부터, 늙고 지쳤으나 아무것도 기다릴 수 없는 노인까지, 생명의 볕뉘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믿고서, 늙고 가난해 앞날이 두려운 내 아버지에게 흙과 씨와 부삽을 드리며, 옥상에 상추 좀 가꾸어보실래요 하고 말해도 될까.
덧붙임) 하지만 하나 궁금한 것. 처음 공터 한구석에 남몰래 강낭콩 여섯 알을 심었던 베트남 소녀는, 마침내 공터의 쓰레기가 다 치워지고 많은 사람이 텃밭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느꼈을까? 이제 안전한 느낌이 들었을까, 아니면 어른들의 널찍한 밭을 보며 움츠러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