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다”란 말을 들으면, 누군가 거리낌 없이 활개 치며 다니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는 제 세상을 만난 듯 거리를 누볐다... 하는 식으로. 원래는 “두 겹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줄이 죽죽 지게 박다.”(표준국어대사전)는 뜻이다.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서는, 누빈다는 말이 본래 “납의”에서 왔다고 한다.

본래는 스님들이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넝마의 헝겊 조각을 기워서[納] 만든 옷[衣]이다. 즉 납의장삼(衲衣長衫)에서 나온 말이다. 납의가 ‘나비’로 소리 나다가 이것이 다시 ‘누비’로 정착된 것이다. 누비의 원형은 ‘납의’로서 누덕누덕 기워 만든 옷을 말한다. 여기에서 ‘누비다’라는 새로운 바느질 양식이 나오게 되었으며, 나아가서는 종횡무진 거침없이 나아간다는 뜻으로까지 발전했다.

그런데 오늘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을 보니,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낸 뒤에, 싹이 나지 않았거나 뿌리가 내리지 않았을 때, 빈 자리를 따라가며 씨앗을 다시 뿌리거나 모를 내다.

란 뜻으로 “누비다” “깁다”란 말을 쓴다고 한다.

누비다, 깁다는 말은 아시다시피 바느질에서 쓰는 말.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스님들이 넝마를 기워 입은 옷을 납의라 했다. 납의의 발음이 변해 누비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죽죽 줄지게 박아 바느질하는 것을 누빈다고 했다. 농사지을 때 논밭에 싹이 나지 않아 군데군데 빈 구석이 생기는데, 이런 빈 구석을 찾아다니며 다시 씨를 뿌리거나 모를 내는 건 마치 옷의 해진 부분을 기우고 누비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런 행동도 “누비다”라고 했다. 그렇게 논밭을 여기저기 다니는 걸 누빈다고 하다가, 여기저기 거침없이 다니는 행동 자체를 가리켜 “(어디어디를) 누비다”라고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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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2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5-08-02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진진^^

숨은아이 2005-08-0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고맙습니다아~!
산책님/대충 끼워 맞춘 거여요. ^^

2005-08-03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