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가입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이경호)에 가수들이 가입했다고 한다.
그들의 노조 가입 행사에 여러 국회의원들도 납시셨단다. 다른 노동자들, 특히 아래에서 보게 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때, 열악한 조건에서도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도 힘들게 권리 찾기를 하고 있을 때, 그들 중 누가 나와 봤을까 ? 그들이 낸 세금으로 세비를 받아먹는 국회의원들인데도 말이다. 아 ! 민주노동당은 또 예외다. 민주노동당은 그들이 노동3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고, 그것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 공권력을 비난했으니까 말이다.
그건 그렇고 현행법상 연예인들이 노조를 만들 수 있을까 ?
그들이 노조를 만들 수 있으려면 노동자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누구인가 ?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팔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등 일부 법률에서는 하나의 사업장에서 얽매여 일해야만 그 법률을 적용받을 수 있는 노동자라고 정해 두었다. 반면, 노동조합 활동 등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는 노동조합은 그럴 필요 없이, 임금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이 있으면 된다고 노조법에서 정해 두었다. 즉, 노동력을 팔아 임금이나 기타 수입을 얻어 살면 노동자라는 것이다.
그럼 연예인들은 노동자인가 ? 소속 기획사 또는 방송국 등과의 관계에서 그들의 이익을 위해 단결하여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각종 연예인협회가 그 예일 것이다. 아무튼 그런 면에서 노동자로 볼 수 있다. 반면, 소속 기획사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노동자로 볼 여지가 많으나, 방송국 등과의 관계에서는 직접 또는 기획사를 통해 개인사업을 하는 것이므로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아무튼 그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계속 활동 중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노동부, 검찰은 노동자인지 여부를 매우 엄격히 따진다. 법원은 다소 너그럽지만 그렇다고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분명 골프장 경기보조원은 노동자임이 분명하고,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계약 형식상 지입차주 등 화물이나 운송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등등 이른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3권을 행사하려고 하면, 자본가와 권력은 법의 이름으로 자본과 공권력을 동원하여 그들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
오로지 그들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다.
자기 노동력을 팔아 먹고 사는 위 노동자들과 연예인이 과연 무엇이 다를까 ? 설사 노동자인지에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연예인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노동자로 볼 여지가 더 많지 않은가 ? 그러나 연예인들이 노조를 만들었다고 그들이 어떤 단체행동을 했다고 법과 공권력, 언론이 시비를 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왜 그러지 ?
역시 힘인가 ? 연예인들의 힘인가 ? 그러면 위 노동자들은 힘없고 빽없어서 짓밟히는 것인가 ?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권리고, 그것을 헌법에 정하던 말던 그렇다. 그럼에도 한국의 헌법은 왜 노동3권을 헌법에도 적어 놓았는가 ? 한 마디로 말해 국가는 물론이고 모든 국민은 그런 권리가 있음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권리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위해서이다.
그런 대로 큰 사업장도 그렇지만 그렇지 못한 자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왜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하는가 ? 일하는라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어서 ? 과연 그것 뿐인가 ? 혹여 노조 활동 한다고 찍혀서 잘리면 어쩌지 ? 그러면 나 먹고 살기 힘들어 지는데. 그런 생각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 노조 활동은 적극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노조 가입 자체마저 꺼리는 것이라면, 앞의 이유보다는 뒤의 이유가 더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
그저 연예프로그램에서 다루어지고 넘어갈 기사를 보면서, 확 치밀어 올라 몇자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