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는 강하다네. 그것은 다른 짐승들이 약하기 때문이라네. 사자는 다른 짐승들의 살을 먹지. 그것은 다른 짐승들이 자기를 먹게 내버려두기 때문이라네. 사자는 자기가 가진 예리한 발톱이나 날카로운 송곳니로 상대를 죽이지 않는다네. 사자는 보면서 죽인다네.-48쪽
(사자는) 먹이를 주시하지. (중략) 곧 죽게 될 이 불쌍한 짐승은 어쩔 수 없이 사자를 보게 되지.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사자를 보는 것이네. 이 짐승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네. 사자의 시야 속에 있는 자신의 이미지만을 보게 된다네. 사자의 시야 속에서 자기가 작고 약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네.-49쪽
그 동물은 자기가 작은지 약한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네. 그저 한 마리 짐승일 뿐이야. 크지도 작지도,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는 한 마리 동물일 뿐이지. 그러나 지금은 사자가 자기 자신을 보듯이 자기를 보면서 공포를 느끼게 된다네.-49쪽
사자가 자기를 바라본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에, 이 동물은 그 자신이 아주 약하고 작다고 느끼게 된다네. 그리고 사자가 자기를 본다고 생각하는 순간 밀려드는 공포감 속에서 완전히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지.-49쪽
그 순간부터 이 동물인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지. 추운 밤에 산에서 우리가 물을 움켜쥘 때처럼 뼈마디가 쑤시고 네 다리가 저리게 된다네. 바로 그 순간에 이 동물은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굴복하게 된다네. 자신을 포기하고 방치하게 되는 것이라네. 그럼 기다렸다는 듯이 사자가 그 동물을 냉정하게 해치워버린다네. 그런 식으로 사자는 죽인다네. 바로 ‘보면서’ 말일세.-49-5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