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기다”란 말을 고등학교 다닐 적에 처음 들었다. 그때는 교회에 다니며 성가대 활동을 했는데, 예배 때 부를 성가를 연습할 때에 우리가 노래를 영 제대로 하지 못하자 지휘를 맡은 오빠가 “왜 이리 개기냐”고 했다.
그래서 난 “개긴다”는 행위를 “무슨 일을 제대로 시원스럽게 하지 못하거나 뭉기적거리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 뒤로 그 말을 꽤 자주 들었는데, 때로는 “다른 사람의 말을 순순히 듣지 않고 반항하는 것”이란 의미로도 쓰이는 것 같았다. 국어사전엔 없는 말이라 속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알았다!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에서 “개개다(개기다)”란 말을 소개하며, 본뜻은 “어떤 것이 맞닿아서 해지거나 닳는 것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것이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이 달라붙어 이쪽에 손해를 끼치거나 성가시게 하는 것”으로 뜻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달라붙어서 귀찮게 구는 것을 흔히 ‘개긴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개개다’를 잘못 쓴 예다”라고 설명했다.
앗, 그렇단 말인가? 국립국어연구원 홈페이지(http://www.korean.go.kr)에 가서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 보니,
개기다 「동」 '개개다'의 잘못.
이라고 나와 있다! 흠... 그러고 보니 5년 전에 그토록 성가시게 했던 그 사람, 나한테 개개었던 거로군.
* 표준국어대사전의 용례 *
개개다 〔개개어(개개), 개개니〕「동」 「1」【…에】 자꾸 맞닿아 마찰이 일어나면서 표면이 닳거나 해어지거나 벗어지거나 하다. ¶구두 뒤축에 개개어서 뒤꿈치의 살가죽이 벗겨졌다./소의 잔등에는 무거운 짐에 개갠 자국이 허옇게 나 있었다.§ 「2」【…에게】 성가시게 달라붙어 손해를 끼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