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웅진 완역 세계명작 10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작년이었던가, 알라딘에서 보내온 뉴스레터에,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 또 번역돼 나왔다고, 그래서 시공주니어(2003년 5월 초판 발행)에서 나온 그림 동화책, 아이세움(2003년 7월 1, 2권 초판 발행)에서 나온 만화책, 그리고 웅진(2003년 10월 초판 발행)에서 번역해 펴낸 책을 새로이 비교해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소개 글이 실렸습니다. 대체 무슨 책이기에 이렇게 여러 군데서 쏟아져 나올까. 의미 없는 중복 출판이라면 비판해 마땅한데 도리어 반가워하는 듯한 이 글은 뭔가 싶어서, 웅진과 시공주니어에서 낸, 그림을 곁들인 동화책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과 아이세움에서 나온 만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1, 2권을 모두 보관함에 넣어두었어요. 그리고 올 봄에 망설이다가 다 사버렸지요!

먼저 손에 잡은 건 미셸 플레시스라는 프랑스 작가가 각색한 만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샹베리니 앙굴렘이니 하는 곳에서 무슨무슨 상을 한 가득 받았다고 자랑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한창 이야기에 빠져드는데, 이런, 2권이 끝이 아니었어요. 4권이 완결로, 2003년 12월에 출간되었더라구요. 멋모르고 처음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대로 2권까지만 샀으니. 당장 3, 4권을 주문했지만 며칠 걸릴 터, 그동안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시공주니어 책을 읽는 동안 만화책 3, 4권이 도착했고, 저는 시공주니어 것을 마저 읽고 만화책 3, 4권을 읽었지요.

소설을 만화나 영화로 만든 경우, 원작 소설을 먼저 봐야 할지 영화나 만화를 먼저 봐야 할지 고민스러워요. 영화인 경우,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면 분명히 영화를 보는 재미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만화는 원작을 먼저 읽고 보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형상으로 표현된 만화를 먼저 보면, 원작을 보면서도 만화 속 형상만 연상하게 되어, 자유로운 상상에 제약이 걸려요. 재미있는 이야기는 만화로 몇 번 봐도 재미있잖아요(빨간 머리 앤이나 키다리 아저씨를 봐도).

만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원작의 향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만화가의 새로운 해석과 개성이 살아 있어, 원작 소설을 읽은 사람이 두고두고 넘겨볼 만합니다. 다만 번역 문장이 어린이 문학의 눈높이를 잘 맞추진 못한 것 같습니다. 대체로 좋은 편이지만, 치밀한 어린이 문학 편집자라면 좀더 신경 써서 문장을 다듬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내친김에 웅진에서 나온 것까지 다 읽었습니다. 읽고 나니 두 책에 대해 할 말이 생겼어요. 중복 출판에 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웅진에서 굳이 뒷북을 치며 이 책을 내야 했을까, 싶네요. 웅진과 시공주니어 모두 외국의 고전 어린이 문학을 총서 형식으로 옮겨 펴낸다는 걸 표방하니까, 총서의 한 권으로 꼭 필요했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이 작품 하나만 보면, 두 거대 출판사에서 힘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웅진에선 이미 나온 책보다 더 잘 만들지도 못하면서 굳이 같은 책에 돈과 시간을 들여야 했을지. (물론, 웅진 책을 맨 나중에 읽은 만큼, 더 엄격한 잣대를 세우게 되어 웅진에는 좀 불공평한 결론일지도 모르겠네요.)

- 2편으로 이어집니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anda78 2004-09-21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5편이나 되는 멋지고 훌륭한 리뷰에 감탄만 하다가 갑니다. 물론 추천은 꾸욱- 누르고요. ^^

숨은아이 2004-09-2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어서 나눠 올릴 수밖에 없었어요. 추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