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오르기... 2004/08/18 18:05

세번째다......

 

첫번째..

 

고등학교 소풍 때, 증심사로 올라오라는 것을, 난 무등산장으로 갔다(둘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어쩔 수 없이 혼자서 투덜투덜...모두 모이는 장소로 혼자서 걸었다...아무도 없는 산...아침 일찍 안개 낀 무등산을 난 그렇게 처음 올랐다..

 

도중에 군사기지처럼 보이는 곳도 있었다(지금은 일부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공군기지가 있고 그곳에는 핵무기가 있다고 한다)...그들이 총을 쏠 것같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두번째..

 

89년 겨울, 정확히 말해 12.31.밤 12시에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과 시민들이 모여 새해 맞이 무등산 오르기를 준비했다..

 

기억할 사람들도 있을 게다..89년은 문익환 목사의 월북 사건을 기점으로 해서 이른바 공안정국의 광풍이 불었던 해이고, 그해 말에는 '범죄와의 전쟁'이 노태우의 입에서 나왔다..군사정권에 반대하는 각종 활동도 모두 현행법상으로는 범죄가 될 수 있으므로, 그 전쟁은 곧 군사정권의 사회운동세력에 대한 탄압의 공식화라는 의미도 있었다..

 

아무튼, 그해 겨울, 무등산을 오르기는 올랐으나, 시민들과 학생들을 잡겠다고 잠도 안자고 날뛰는 무식한 폭력집단(대개 사람들은 그들을 경찰이라고 부른다)에 쫒겨 금남로에서 조선대 쪽으로 해서 무등산까지 달음질을 쳐야 했다..

 

그렇게 해서 오른 무등산에서 아침 해를 보지 못했다..날씨가 흐려서..내려오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엉치뼈를 바위에 부딪혔으며, 바위로부터 내 뼈를 보호하던 그 얇디 얇은 속옷에 그만 구멍이 나고 말았다..

 

80년 이후로 무등산은 민주화 운동의 성지, 빛고을 광주의 정기를 상징하는 산이 되었고, 그랬기에 전국적으로 학생들이 모이는 행사가 가능했지 않나 싶다..

 

 

세번째..

 

지난 월요일 나는 세번째로 무등산에 올랐다..각시랑 함께..증심사입구에서 중머리재로 그리고, 중봉으로 해서 무등산장 쪽으로 내려왔다..갖고 간 참외 두개 중 하나가 상해서 하나만 먹고 하나는 그냥 들고 내려왔다..오랜만에 본 두꺼비는 능청스럽게 넓고 평평한 바위에 않아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지켜본 수십분 동안 겨우 날벌레 한마리를 긴 혀로 덥석 잡아 먹었다..

 

누구나 비교적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무등산..특출한 볼거리는 없지만, 누군가 다듬어 세워놓은 듯 반듯한 바위들은 눈길을 끌 만했다..

 

세번째 오르고도 정상에는 한번도 가질 못했다..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정상에 가보련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08/18
진짜 총 맞을 뻔한 적이 있었든데, 갑자기 그 생각이 난다...그 얘기는 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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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8-2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아버지는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오르시지요.
엊그제는 폭우 속에 오르시다가 고립되셔서... 119 구조대가 구조해주셨다죠 ㅠㅠ (뉴스에 나왔는데, 그분이 울아빠인 줄 몰랐습니다.)
무등산... 결혼 전에는 무등산이라고 하면 광주, 혼, 민주... 뭐 그런 게 생각났는데, 지금은 오직 아버지만 떠오릅니다.

숨은아이 2004-08-21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태풍이 한창일 때 올라가신 모양이군요. 구조되셨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