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7. 25 조금 문장을 손보았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그 이름을 알게 되어 행복했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그 멤버인 이브라힘 페레 할아버지가 내한 공연하는 기념으로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의 다큐멘터리 필름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1999)을
10월 9일까지 재상영한다고 해서,
정말 꼼짝 말고 책상 앞에 붙어 있어야 하는 처지임에도,
걍 오늘 아침 조조를 보고 말았다.
가난한 처지라 공연은 보러 가지 못해도
(그런데 이 할아버지, 갑자기 눈병이 생겨 내한 공연이 취소됐다고 함)
이 영화는 꼭 봐야지 싶었다.
아침 10시 50분이 상영 시작 시간이었는데,
시작 직전 참 묘한 기분이 되었다.
좌석이 80석이나 될까 하는
아담한 상영관에서,
그때까지 좌석에 앉은 사람은 나까지 단 네 명.
모두 혼자 영화를 보러 온 여자들이었다.
허, 이런 경험 처음일세.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하는데
사람들이 더 들어와,
영화 끝나고 보니 관객은 모두 아홉 명이었다.
그 중 남자는 두 명.
그런데 여자 두 명이 같이 온 경우를 제외하고는
역시 모두 혼자 온 사람들이었다.
흔히들 영화 마지막의 자막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들썩들썩 자리를 비우기 시작하는데,
오늘 아침 10시 50분 광화문 씨네큐브 2관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자막이 다 올라가고
(물론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1999년 카네기홀 공연 실황이
화면에 나오는 중에 자막이 올라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크린에 불이 꺼지고 나서도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몇 초 뒤 상영관 천장의 불이 켜지자 한 사람씩
서운한 듯 일어서는데, 왠지 동류의식 같은 것이 들었다. ^^;
중간에 좀 졸리긴 했지만(다큐멘터리라는 게 그런 법 아닌가),
그냥 보고 듣기만 해도 좋았다.
영화 앞부분의 자막에는 좀 불만이 있는데,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첫 공연 때
좌석을 메운 관객들과 무대에서 연주를 준비하는 멤버들을
비추는 화면 한가운데로
원래 필름의 자막인 연주자들 이름이 나왔다.
그 위에 한글 자막을 다시 입혔는데,
원래 알파벳으로 된 자막과 한글 자막의 색깔이 비슷한데다
자막의 글자가 워낙 많아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정신이 산란했다.
한글 자막은 옆구석에 세로쓰기를 하든지 할 일이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어느 순간 자막이 내 생각대로 되었다. 하하.
상영이 끝나고 나오는데 표 파는 곳에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주요 멤버 다섯 명이 연주, 노래한 곡을
82개나 모은 다섯 장짜리 CD
The Great Members of Cuban Music <The 5>를
1만 7000원에 팔기에 싼 건 사두는 게 장땡이다 하고
사버렸다. ^^;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첫 번째 앨범은 있지만,
보컬 이브라힘 페레나 피아니스트 루벤 곤살레스의 CD는 없어
언제나 살 수 있으려나 한숨 쉬고 있었는데, 잘되었다 하고.
그런데 수록곡들 제목을 보니
여자보컬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부른 <관타나메라>는 없다.
예전에 mp3로 그 노래를 듣고는, 꼭 CD로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구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