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에서 우연히 <쫑아는 사춘기>란 만화영화를 봤다. 흔히 보는 일본만화와는 좀 다른, 더 친근하게 느껴지면서도 아주 귀여운 그림체에 어느 나라 만화인가 했더니 역시 일본만화였다. 원제는 <아즈키짱>쯤 되나 보다. 초등학교 5, 6학년쯤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쫑아를 중심으로, 여자 친구 셋과 남자 친구 셋, 철없는 남동생과 얄미운 부잣집 딸아이(캔디의 이라이저 같은. --;)가 등장해 알콩달콩 이어나가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알아보니 꽤 유명해 대만, 홍콩과 에스파냐에서도 보는 모양이다. 오후나 초저녁에 방송되기 땜에 자주 보지 못해 아쉬워하던 차였다.

(그림 출처 : azukichans.wo.to.)

그런데 어느 날인가  마침 시간이 맞아 <쫑아는 사춘기>가 방영되는 걸 볼 수 있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 이야기여서인지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하는 것이 중요한 줄거리를 이룬다. 어쨌거나 쫑아와 세 여자 아이(나리, 한나, 보라), 그리고 남자 아이 셋(영웅이, 짱구, 멀대)은 매우 친하게 지내는데, 이 아이들이 생일에 자기들끼리 잔치를 하자고  누군가의 집에 모인다. 그러고 나서, 그 다음 장면을 보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쫑아  

글쎄, 여자 아이들이 부엌에서 먹을 것을 준비해가지고는 거실로 가는데, 거실에선 남자 아이 세 명이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여자 아이들이 부엌에서 잔치 준비를 하는 동안 남자 아이들은 카드놀이를 한다...  이런 장면이 아이들 보는 인기 만화에 버젓이 표현된 것이 매우 놀라웠다.


여기 나오는 아이들은 다 귀엽고 착하다. 쫑아는 콧대 높은 부잣집 아이 장미를 샘내고 미워하기도 하고, 남동생과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부모님 심부름도 잘하고, 친구들을 위해줄 줄도 안다. 개구쟁이 남자 아이들도 그럴 법하고, 선머슴 같은 보라도, 모범생 한나도... 장미만 "부잣집 아이가 이렇게 굴면 정말 미울 거야" 싶을 만한 특성을 잔뜩 갖다 붙여 좀 이상한 아이로 만들어놓았다.

대단한 철학이 있는 만화도 아니니까 그 정도 악녀 설정은 무시하고 넘어갔는데, 아까 그 장면을 보고 나니, 이 만화를 만든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21세기 일본에서도 그런 게 당연하단 말인가? 

 

 

 

 

보라 나리 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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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7-2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 외로 아동물에 이런 게 많이 나옵니다. 아마 이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나 봐요. 의식적으로라도 반대의 경우가 나왔음 좋겠는데...

다섯 살짜리 우리 늦둥이도, 자기는 공주놀이 할 거라며 하는 짓이 성에 갇혀서 왕자님 기다리는 겁니다. 경악~ 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좀 흥분해서 오버했더니, 위로 큰아이들, '우리 엄마 또 시작했다' 뭐 이런 수준으로 받아들입니다...ㅠㅠ

숨은아이 2004-07-2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적인 공주 왕자 이야기도 아니고, 현재 시점에서 사실감 있게 그린 만화라 충격이 더 컸어요. 그건 그렇고 호랑녀님 막내따님... 하하... 좀 놀랍긴 해도... 머릿속엔 아주 앙증맞은 장면이 떠오르는걸요. ^^ 자라면서 엄마 생각을 다 이해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