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작품선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진웅기.김진욱 옮김 / 범우사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2002. 5. 3
≪아쿠타가와 대표 단편선≫, 인덕, 1999


요즘에는 소설이라는 분야 자체가 그렇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얼마 전까지 일본의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이라는 말이 앞에 붙으면
그 소설은 꽤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양지라든가 유미리 같은,
재일한국인 작가가 이 상을 타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우리 나라의 이상문학상 정도 된다고 할까...

그러나 이상문학상은 기존에 활동했던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아쿠타가와 상은 신인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는군요.
1935년에 처음 시상하기 시작했다니 유서 깊네요.

하지만 제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1892~1927)의 작품이
도대체 어떻길래? 하는 생각이 든 건 아쿠타가와 상이란 것
때문은 아닙니다.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1910~1998)의 영화 <라쇼몬羅生門>(1950)을
보고 나서였지요. 영화를 보니까 원작이 궁금해져서요.

그런데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경우, 제가 소설을 먼저 읽었다면
대개 영화에 실망하게 되더군요. 자기가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만큼
영화가 구현하지 못했다는 불만족감(<작은 아씨들>이 그랬어요),
소설과 영화가 너무 똑같이 굳이 영화를 따로 보는 의미를
찾지 못한 허무함(<제인 에어>가 그랬어요),
영화가 소설을 심하게 배신해 느끼는 모욕감과 분노(<태백산맥>이 그랬지요)
따위 때문에.

그런데 <라쇼몬> 원작을 읽어 보니,
구로사와 감독은 아쿠타가와의 소설에서 그 배경과 등장인물, 그리고 문제의식만
가져왔을 뿐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하나 만들어 내었더군요.
야, 소설을 영화로 만들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원작인 소설은,
촌철살인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알려 주는 듯했어요.
신국판으로 9쪽밖에 안 되는 분량에 담은 인간 탐구의 백미.

아쿠타가와의 대표 단편을 묶어 놓은 책은 범우사의 것을 비롯해
몇 종 있는 걸로 압니다. 제가 그 중 박진배라는 분이 옮긴
인덕 출판사의 책을 선택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서점에서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

범우사의 ≪아쿠타가와 작품선≫ 차례를 보니,
제가 가진 책에 담긴 작품과 거의 중복되고 네 작품 정도 다른 것 같습니다.
번역한 제목이니까 또 직접 보고 확인해야 확실하겠지요.
두 책 다 <라쇼몬>을 <나생문>으로, 그냥 한자음대로 번역했습니다.
<나생문>은 1915년 작입니다.


***

 검색해 보니 인덕에서 나온 이 책은 절판된 모양입니다.
"아쿠타가와 단편선"이라는 제목으로는 범우사의 것뿐이고,
'어른을 위한 동화'나 일본의 단편선 식으로 엮인 책에
아쿠타가와의 단편이 실린 경우가 몇 개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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