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데스몬드 모리스 지음, 박성규 옮김 / 지성사 / 1997년 1월
평점 :
절판


2002. 4. 22데스몬드 모리스 지음 <접촉>, 지성사 데스몬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입니다. 1928년생이고 아직 사망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지성사에서 1994년에 펴낸 <접촉>의 원제는 Intimate behavior랍니다. 박성규 옮김, 김준민 감수. 지은이가 원래 책을 펴낸 때는 1971년이랍니다. 데스몬드 모리스는 1967년에 발표한 <털없는 원숭이The Naked Ape>가 1991년 정신세계사에서 번역 출간되어 우리 나라에서도 유명해졌지요. 그러나 사실 이 책은 이미 1979년에 <털 빠진 원숭이>란 제목으로 재동문화사(載東文化社)란 출판사에서 우리 말로 번역 출간된 적이 있답니다. 그런데 그때는 아직 우리 나라 독자들이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나 봐요. 책과 독자의 만남에는 그 운때라는 것도 참 큰 작용을 합니다. 동물행동학자라지만 이 사람은 인간을 동물로서 관찰하는 걸 좋아하나 봅니다. 이 사람의 대표작도 <맨 워칭Man Watching> <바디 워칭Body Watching>, 뭐 이렇습니다. 이 책, [접촉]은 제목을 참 잘 달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제를 직역하자면 '친밀한 행동'이 되는데, 친밀한 행동이란 무엇인지, 그게 도대체 어떻다는 건지 잘 짐작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사람의 육체적인 접촉을 다룹니다. 육체적인 접촉이란 닿는 것, 만지는 것이지요. 보통 사람이 어느 때 어떤 접촉을 하는지, 일반화한 접촉 행위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주 쉬운 말로 일상의 행동을 뒤집어 보입니다.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은 약간 소름 돋으면서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내가,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되지요. 그럴 때 나 자신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지은이는 서양 사람을 주로 관찰했을 테니 우리와 안 맞는 부분도 좀 있고, 그리고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대체로 매우 인상 깊었던 책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이 팔을 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받치는 행위에 대한 해석입니다. 우리 앉아 있을 때면 곧잘 팔을 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받치곤 하죠. 그게 바로 다른 사람 대신 스스로가 스스로를 만져 주는 행위랍니다. 쓰다듬는 것, 포옹하는 것은 위로와 안정을 구하는 접촉입니다. 누군가에게 위로와 안정을 받고 싶은데, 지금은 그럴 형편도 여건도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다는 뜻을 드러내는 건 자신의 약한 면을 들키는 짓이다, 이럴 때 사람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받쳐서(접촉해서), 드러내지 않고 은연중에 스스로를 위로한다는 거예요. 음... 저도 확실히, 좋아하는 사람이 얼굴을 쓰다듬어 주는 걸 좋아합니다. ^^; 지은이는 서문에서, "두 사람이 서로 몸을 접촉할 때는 무엇이 일어나는데, 내가 연구하고픈 것은 바로 이 '무엇'이다"고 말합니다. 인간이란 동물은, 아무리 잘난 척해도 포옹 없이는 살기 힘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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